혼인한 지 두달 된 20대 후반 여성이 최근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찾아왔다. “맞벌이를 하는데도 남편이 가사를 전혀 도와주지 않는데다 이기적이고 독선적이어서 결혼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이혼상담을 하러 온 것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최근 결혼기간이 1년도 채 안된 신혼부부의 이혼 상담이 부쩍 늘고 있다. 상담원들은 “젊은 부부들이 짧은 결혼생활 끝에 충동적으로 이혼을 결심해 신세대 부부들을 위한 참된 가정관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금년 통계청이 발표한 1999년 인구동태 에 따르면 하루 평균 994쌍이 결혼하고 323쌍이 이혼했다. 3쌍이 결혼하면 1쌍은 이혼하는 셈이다. 83년 23쌍 중 1쌍이 이혼하던 것과 비교할 때 17년 만에 8배나 늘었다.
이같은 현상은 천주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1998년 혼인무효 판정 이 290건이었으나 지난해 99년도에는 485건이나 돼 1년 사이에 3분의 2가 늘었다. 이를 두고 신자들의 이혼도 그만큼 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교회 안에서도 이혼 사례가 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한 교구 법원 관계자는 “이미 이혼을 하고 교회법원에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교회내 무효혼이 느는 것도 사회현상의 단면을 보는 자연적 추세”라고 안타까워했다.
△이혼의 실태와 원인
2000년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소송건은 전년도보다 5.3 증가한 4만1055건. 이중 배우자의 부정 이 45로 가장 높았고 상대방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23.2로 그 다음이었다. 이혼소송을 제기한 연령층은 30대 42.4 20대 31.5 40대 19.0 50대 4.6 등으로 20~30대가 전체 이혼의 74에 달했다. 또 이혼 청구쪽도 여성이 62.4로 오히려 남성에 비해 높았다.
요컨대 평생 서로를 신의로써 대하며 아끼며 존중하고 사랑하겠다는 결혼 때의 엄숙한 서약이 배우자의 부정이나 부당한 대우로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젊은층의 이혼율이 높다는 사실은 신세대 부부들 사이에서 결혼이나 이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특히 최근의 이혼은 빈곤 성적 불만족 성개방 풍조 자녀문제 부모형제 관계 가치관 불일치 가정폭력 등 총체적이고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고 관련 분야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또 여권신장과 여성의 높은 교육수준 취업 증대 등도 여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한양대 의대 신경정신과 남정현(안쓰가리오)교수는 “고도 성장기에 태어나 부모의 과잉보호를 받으며 자란 첫 세대들인 젊은이들은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는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을 공통적으로 소유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고방식이 결혼 후에도 배우자와 갈등이 유발됐을 때 이기적인 사고가 상충돼 파탄에 이르기 쉽다”고 진단했다.
△이혼의 결과와 파장
이혼은 단지 부부 두 사람이 갈라서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혼으로 맺어진 가정을 해체한다. 그리고 가정 해체의 최대 피해자는 자녀들 특히 미성년 자녀 이다.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 맡겨진 어린이의 60~70 전국 소년소녀가장의 47.2가 부모의 이혼이나 가출 별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최근에는 이전과 달리 이혼 부부들이 자녀를 서로 떠맡지 않으려는 추세여서 고아 아닌 고아들이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자신의 인권을 앞세운 이기심이 가정을 해체하고 결국에는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자라야 할 자녀의 기본 인권을 유린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가정을 지켜나가려면
이혼은 배우자들이 가정 의 가치보다는 개인의 권리나 가치관을 더욱 중시하는 데서 빚어지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서울시립아동보호소의 한 관계자는 “배우자들은 불행한 결혼에서 벗어남으로써 자유를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자녀들은 삶의 희망을 잃는다”며 신세대 부부들과 결혼 적령기의 남녀들에게 결혼과 가정에 대해 보다 신중히 생각하고 올바른 결혼관과 가정관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따라서 기혼부부들뿐 아니라 혼인 적령기의 남녀들 그리고 필요하다면 청소년들에게도 혼인과 가정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다양한 노력들이 교회와 사회 모두에서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와 관련 청주교구 사무처장 송열섭 신부는 “이혼을 예방하고 줄이자는 것은 가정을 살리자는 말과 직결된다”면서 몇 대가 함께 살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신세대 부부들에게는 파경의 순간을 넘길 수 있게 하는 방패막이 제도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미비하다”고 지적 교회가 파경을 막는 안전장치 역할에 더욱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신부는 이를 위해 가능하다면 본당에 가정문제상담소를 상설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여의치 않다면 소공동체 모임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대가족 제도를 대신해 “소공동체 모임에서 연장자 신자들이 신세대 부부들의 갈등을 해소해 주는 조언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소공동체가 활성화되면 신자들만이 아니라 주변의 비신자들에게도 좋은 조언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결혼 적령기의 예비부부들을 위한 가나 혼인 강좌 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하고 기혼부부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매리지 엔카운터(M.E.) 나 행복한 가정운동본부 상담전화 나눔의 전화 등 상당 프로그램들을 적극 활용하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