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없이 총격전이 벌어지고 사망자와 부상자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병원 수술실조차도 포탄이 떨어져 모든 것이 마비되고 있다. 의약품도 부족하고 전기도 끊겼으니 수술 도구를 소독하는 데도 어려움이 크다. 콩고 군인들은 각각 우간다군과 르완다군 양쪽으로 갈라져 서로 공격을 가하고 있고 배가 고프면 무기로 위협해 주민들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강요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약탈이 벌어지고 아수라장같다.
한 수녀의 방에서 총알이 발견됐다. 미사를 봉헌하던 도중 지붕에 떨어진 총탄이 천장을 뚫고 방 안에 떨어진 모양이다.
6월9일 금요일 전쟁이 벌어진 지 다섯쨋날. 공동체 가까이에 살고 있던 한 부인이 수녀들의 부상이나 희생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전해주었다. 오후엔 공동체 바로 앞에 살고 있는 한 학생이 찾아와 6월5일까지는 수녀들이 무사했고 공동체 주변을 르완다 군인들이 완전히 포위해 외부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알렸다. 수 목요일에 얼마나 많은 포탄이 떨어졌는지 그간 수녀들은 무사한 지. 그러나 곧이어 몇군데 수도원이 약탈당하고 수녀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럼 우리 수녀회 수녀들은 어떻게 됐을까. 물이 전혀 없는 데 어떻게들 사는지. 우리 공동체의 수녀들은 조그만 소식에도 혼비백산했다. 이렇게 전쟁이 계속되면 우리는 어떻게 삶을 계속 이어나갈 것인가?
사람들은 우리 공동체 주변에 총알을 맞아 죽은 사람들을 그대로 두고 도망을 갔다. 본당 신부와 함께 나와 사망자 숫자를 알아보기로 하고 밖에 나가보려 했지만 다시 총격이 가해졌다.
별빛과 달빛은 전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여전히 밝은 빛을 내고 있다. 또 아침이 되면 새들은 여전히 정해진 시간에 노래를 부르고 정원에 핀 꽃도 각각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그러나 우리들의 마음은 언제 우리 공동체에 떨어질지 모르는 대포와 총 때문에 가슴을 죄고 삶이 어느 시각에 마지막을 고할지 모르는 운명 속에서 주님께 인간들의 죄에 대하여 용서를 청했다.
6일째 계속 쏘아대는 대포…. 공동체의 젊은 수녀들도 지치기 시작했고 마리아 수녀는 혈압이 계속 오르고 있다.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약을 가지러 갈 수 없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청원자 프랑스와는 무서워서 잠도 못자고 낮과 밤을 가리지 못하고 지쳐 있다.
성당에 다시 총알이 날아들었으나 다행히 성당에 아무도 없어서 다친 사람이 없다. 우리 모두는 묵주를 손에 들고 한자리에 모여 언제 우리가 있는 곳에 떨어질지 모르는 대포와 총알을 피하려고 벽에 기대어서서 기도를 계속 바쳤다. 머리 속에는 성 안나(Ste-Anne)공동체의 청원자들이 살아있는지 어떤 상황 속에서 견디고 있는 지 하는 걱정만이 가득하다. 모두들 아주 조그마한 소리에도 예민해져 있다.
콩고 군인들은 계속 공동체 주변을 보면서 기회를 노리는 것 같다. 그러던 중 이웃 청년들은 수녀들이 사는 곳이 안전하다고 판단했는지 중요한 재산을 가지고 와서 맡아달라고 부탁을 한다. 우리는 아무 곳도 안전한 데가 없다고 말했지만 수녀들의 집은 하느님이 보호한다고 믿고 그들은 중요품을 두고 갔다. 이들이 빗발처럼 쏟아지는 위험을 뚫고 왔기 때문에 양심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
드디어 11일 주일이 됐다. 성령강림주일. 성당에 신자들이 한두 명씩 모이기 시작했다. 지방 라디오 방송에서는 “전쟁은 끝났다. 모두 교회에 갈 수 있다. 밖으로 나와도 총탄은 없을 것이다”고 계속 선전을 해댄다. 반군집권단체인 RCD는 라디오를 통해 “만약 우간다군인을 계속 숨기고 있으면 모두 죽게 될 것”이라고 위협을 하고 있다. 밖은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과 집을 떠나 정처없이 머물 곳을 찾는 사람들로 뒤섞였다.
우리 공동체 또한 성 안나 공동체의 소식을 알기 위해 임시회의를 열었다. 이 조용함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한시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막막함에 우리는 마리아 수녀와 청원자 운전기사 그리고 이웃들과 함께 성 안나 공동체로 조심스럽게 향했다. 성 안나 공동체에 도착해 집안의 짐을 모두 정리한 뒤 모두 함께 울면서 미사를 봉헌했다 성 안나 공동체 인근 마리아 신심회 사제와 청원자들은 우리 공동체로 피란을 왔다. 책임자 사제는 이날 강론을 통해 포탄에 집이 완전히 부서져 불이 나고 망가져 엿새동안 나올 수가 없어 버티던 얘기와 탈출 길에 깔린 시체 위를 걸어 모두 정신이 멍해진 채 우리 공동체에 온 체험담을 털어놓았고 미사는 눈물바다가 됐다. 신자들은 모두 집을 놔두고 피란을 갔기 때문에 아주 적은 수의 신자들만이 참석했다.
그렇지만 복음은 마음에 큰 위로를 주었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그렇다.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는 평화 이 평화는 아무도 빼앗을 수 없다. 총탄도 그 어떤 것도 우리 내부의 평화를 빼앗아 갈 수는 없다. 미사 후 신자들은 모두 서로를 위로하며 용기를 갖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자들은 계속 누가 죽었다는 얘기를 한다. 이 소식에 마음은 칼로 에는 듯 아프다. 미사 뒤 신자들이 먹을 것을 찾아 갖고 있던 식량을 모두 나누어주고 다시 공동체로 향했다. 길에는 떨어진 총알과 탄피 포탄자국 시체들로 나뒹굴어져 있다.
공동체에 도착해 우리는 살아있는 우리 수녀회의 수녀들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솟아졌다. 전 지부장인 프랑스 출신의 앙트와네트 수녀 룩셈부르크에서 온 주느비에브 수녀 현 콩고지역 책임자인 베르나데트 수녀는 모두 살아있었다. 철학공부를 하고 있던 펠리시타 수녀는 학교에 갔다가 전쟁이 터지면서 일주일간 묶여있었고 쏟아지는 총탄을 피하느라 갖은 고생을 겪었다고 한다. 드디어 모두 공동체로 돌아와 안심이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수녀들은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포탄조각을 모았다. 총알과 포탄 조각을 모으니 한 상자에 가득하다. 담을 뚫고 들어온 것도 있고 지붕에 떨어진 것도 있다. 벽을 수없이 쳐대던 총알과 포탄을 보니 새삼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는다. 수녀들은 포탄이 떨어지던 당시를 회고하며 우리 힘을 능가하는 것 같지만 청원자들과 우리 수녀들을 보호해 달라 는 간절한 기도를 바치며 성모님의 전구를 기원했다고 한다. 집은 이곳저곳 부서졌지만 완전히 망가진 다른 수녀원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형편이고 성직자나 수도자들도 모두 무사하다. 우리는 공동체에 남아있는 식량을 성 안나 공동체에 보냈다. 아직도 수녀들은 악몽같은 현실 속에서 언제 또 다시 시작될 지 모르는 끝나지 않는 전쟁 때문에 밖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공동체를 정리하고 다시 삶을 시작한다.
이웃에 아직도 치우지 않은 시체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청년들과 상의했지만 모두 겁을 내고 적십자 단체만 기다리고 있다.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벌써 하루 만에 시체는 부어오르고 모두 겁을 내고 도망만 가니 저에게 힘을 주소서. 시체가 특히 군인(우간다군인지 르완다군인지 모름)인지라 아무도 손을 대려 하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한 청원자가 가족들의 생사를 알고 싶다고 해서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잠시 뒤 되돌아온 청원자는 가족 중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녀가 살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