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로 재위 22주년을 맞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재위기간 중 한해 평균 150여명의 주교를 임명해 왔다. 주교 임명은 어떻게 이뤄질까. 까다롭고 비밀스럽게 4단계의 절차를 거치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교황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은 교황의 외교적 대리자인 각국 주재 교황대사다.
주교 선정 과정의 첫번째 단계는 3명의 주교 후보자 명단을 교황청에 제출하는 단계다. 교황대사는 해당 교구를 관할하는 관구장과 관하 교구장들 그리고 지역 주교회의 의장의 제언을 개별적으로 요청하고 자신의 의견을 함께 붙여 후보자 3명의 명단을 사도좌에 제출한다. 주교직 후보자는 △확고한 신앙 등 자질 구비 △좋은 평판을 받는 자 △35세 이상인 자 △사제수품 후 5년이 지난 자 △사도좌가 승인한 교육기관에서 성서학이나 신학 교회법 박사학위나 적어도 석사학위를 받은 자 또는 이런 학문에 정통한 자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제378조 1항). 교황대사는 이러한 후보자 적격성 요건에 따라 후보자의 도덕적인 삶 약력 학력 도덕성 교리의 건전성 지적 문화적 능력 지도력 등을 잘 알고 있는 이들에게 비밀리에 설문지를 보내 조사한다. 이 과정에 참여한 교황사절과 주교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는 비밀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며 조사가 완료되면 교황대사는 이 명단을 교황청으로 보낸다.
두번째 단계는 교황청의 심사과정이다. 보고서가 주교직 후보자의 지명을 관장하는 주교성에 전달되면 주교성의 담당자는 서류가 완전한지를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명확한 설명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명단을 국무원을 비롯해 신앙교리성과 성직자성에 통보 후보자들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필요하다면 부정적인 정보까지도)를 얻는다. 후보자가 수도회 사제일 경우 수도회성에도 의견을 구한다. 서류가 다 작성되면 책자로 엮어 교황과 주교성에 보낸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선교 지역에서는 후보자의 명단을 주교성이 아니라 인류복음화성으로 보낸다. 그러나 심사 절차는 똑같다. 또 교황의 수위권을 인정하고 있는 동방가톨릭교회들은 고대부터 시노드를 통해 주교를 선출하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은 동방교회성이 감독한다.
세번째 단계는 매달 두차례씩 열리는 주교성 회합에서의 논의과정이다. 주교성의 고위 성직자 40여명 중 보통 절반 가량이 회합에 참여 투표를 하고 그 결과를 첨부한다.
네번째 단계는 교황의 최종선정 및 발표 절차다. 매주 토요일 오전 알현시 주교성 장관이 후보자에 대한 소견 개요서와 추천서를 교황에게 제출하면 교황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교황은 대체로 측근들이 추천하는 후보자를 수락하지만 만족스러운 후보자가 없을 때에는 교황대사에게 후보자 명단을 되돌려준다. 그러면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후보자가 결정되면 당사자에게 통보 수락 여부를 확인한 뒤 교황청 관보와 현지 주재 교황대사를 통해 임명 사실을 발표한다. 교황대사의 보고서가 교황청에 도착한 때부터 교황이 최종 결정하기까지 보통 6∼15개월이 걸리지만 큰 교구일 경우 그보다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오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