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바오로씨는 다가오는 추석에 또 어떻게 차례를 지내야 할지 곤혹스럽다. 구교우 집안이라 전통적인 유교식 제사 절차를 모르고 그렇다고 교회의 통일된 제사예식이 나와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동안 명절 때면 주보에 간혹 게재되는 예식시안에 따라 제사를 지내왔다. 어느 해는 김아무개 신부가 만든 예식서 또 어느 해는 최아무개 신부가 만든 예식서가 소개되기 때문에 해마다 절차가 달라 혼란스럽다. 그나마 두해 전에는 그 예식서마저 주보에 실리지 않아 애를 먹은 적이 있다.
대다수 신자들이 김씨와 같은 불편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84년 천주교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는 상제례 토착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신자들을 위한 상제례 예식서 발행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목연구소는 93년 제사예식을 포함한 ‘상제례 예식서’ 기초 시안을 마련했다. 특히 제사예식은 유교적 제례 풍속과 가톨릭 전례의 접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주교회의 전례위원회는 최근 한국교회 차원의 이 조상제사 예식서를 별도로 발간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의철(전례위원회 총무)신부는 “지역과 가문의 전통에 따라 조상제사 예식에 차이가 있고 또 구체적인 예식서를 배포한다는 것은 가톨릭적 제사의 의미를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제사예식을 신자들의 선택에 맡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원회는 개인적으로 별도의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거나 개별적인 요구가 있을 경우 예식시안을 알려주는 것은 허용키로 했다.
한국교회에는 현재 이 예식시안 외에 김수창 신부의 ‘차례예식’ 최기복 신부의 ‘가톨릭 조상제사의식’ 그리고 대구대교구의 ‘위령례와 위령기도’ 등이 나와 있는 상태다. 【남정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