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자주권과 인권을 억압하는 불평등한 SOFA는 전면 개정되어야 합니다.”
최근 들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불평등성을 두고 여기저기서 전면 개정을 외치는 목소리가 드높아지고 있다.
한국정부는 지난달 2-3일 미국과 SOFA 개정을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개정을 위한 원칙적 합의만 얻어내는 수준에 머물러 실질적 타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이번 협상을 개정 내용이 전혀 없는 생색내기 라고 혹평하면서 SOFA의 전면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967년 2월 발효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tatus of Forces Agreement SOFA)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법적 지위를 규정한 협정이다. 일반적으로 국제법상 외국 군대는 주둔하는 나라의 법률 질서를 따라야 한다. 다만 외국 군대는 주둔국에서 수행하는 특수 임무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쌍방 법률의 범위 내에서 일정한 편의와 배려를 제공받게 되는데 이것을 해당국과 외국 군대 간에 협정을 맺어 보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미간에 체결된 SOFA는 미군에 대한 편의 제공 차원을 넘어 한국의 주권이 상실될 정도로 불평등하다는 것이 관련 단체와 법학자들의 주장이다.
현 한미 SOFA는 본 협정문서 외에도 합의의사록 양해사항 교환서한 등 3개의 부속 문서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한국이 주권국가로서 권리 행사를 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부속문서다.
가장 심각한 것은 미군 범죄와 관련된 형사재판권 문제다. 합의의사록 제22조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미군 범죄자에게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도 미군의 요청이 있다면 이를 포기할 수 있다 고 규정하고 있으며 1차적 재판권마저도 미군의 요청시 포기한다 고 못박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겉으로는 한국 사법부의 재량권을 인정하는 듯 하나 실제적으로는 재판권 포기를 강요하고 있는 조항이다. 지난 91년부터 97년까지 한국이 1차적 재판권을 가진 범죄가 4990건 발생했으나 실제로 재판권을 행사한 것은 145건으로 2.9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 한국은 미군이 요청하면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에도 즉시 미군 피의자의 신병을 넘겨야 하고 피의자를 다시 인도받으려면 그의 형이 확정돼야 한다. 또 교도소에 수감된 경우에도 피의자는 미군의 요청에 의해 언제든지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87년 택시 기사를 살해한 후 3년형을 선고받은 미군이 잠시 한국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미국의 요청에 따라 본국으로 송환 불명예 제대하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된 경우가 있었다.
물론 이 불평등 조항은 지난달 2-3일 열린 한미 협상에서 한국측의 요구대로 미군 피의자의 신병 인도시기를 현행 확정 판결 이후 에서 기소 시점 으로 변경하기로 했으나 이는 원칙적 합의에 불과해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어떤 구체안이 마련될 지가 주목되고 있다.
불평등한 SOFA로 인한 재산권 피해 문제도 심각하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 정부가 미군에 무상으로 제공한 공여지에 대한 문제. 기지와 시설 및 군사훈련 등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한국정부가 전국 90여개소에 산재한 미군에 무상으로 제공한 공여지는 99년 현재 7400만평에 달한다. 이 땅에 대해 미군은 임대료 지불은커녕 임대기간도 설정해 놓지 않고 있다. 또 기지 반환에 대해서도 미국의 승인이 없으면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았다. 한마디로 남의 땅에서 버젓이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 주한 미군은 최근의 독극물 한강 방류 사건처럼 전국에서 심각한 토양·수질·해양 오염을 일으키고 있으나 한미 SOFA에는 환경과 관련한 조항 자체가 없는 실정이며 심지어 미군은 자신이 사용하던 기지나 구역을 반환할 때 원상 복구할 의무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현재대로라면 한국이 혹 미군기지를 반환받더라도 환경오염이 극심한 땅을 아무런 보상도 없이 그대로 물려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한미 SOFA는 미국 정부가 고용을 계속하는 것이 합중국 군대의 군사상 필요에 배치되는 경우에는 어느 때든지 고용을 종료시킬 수 있다 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군에 고용된 한국인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정 속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불평등한 SOFA로 인해 미군은 한국 땅에서 통관·관세·과세 등의 여러 분야에서 큰 특혜를 받고 있다. 지난달 2일 민주당 이윤수 의원이 국방부 자료를 바탕으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미군이 조세 감면을 받은 총액은 7216억에 달한다. 주한 미군은 이와 함께 총 7억2580만원에 해당하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받았으며 전기 사용도 산업용 요율을 적용받아 143억 8000만원의 감면 혜택을 받았다.
결국 한미 SOFA는 미군의 오만과 이에 굴복한 한국정부가 빚어낸 참사 였다. 지난 33년간 한민족의 주권과 인권을 침해한 SOFA를 정의롭게 개정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불평등한 SOFA 개정 국민행동 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박주병 기자】
◎ 다른나라는 어떻게
현재 미국과 SOFA를 체결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총 85개국에 이른다. 또 이들 SOFA는 공통적으로 형사재판권에 관한 법적문제를 다루고 있고 나머지는 각국 상황에 따라 약간씩 다르게 구성돼 있다. 따라서 각국 SOFA의 평등 불평등 문제는 해당국의 사회 문화적 배경과 대미 관계를 고려해야 하지만 외국 SOFA와의 비교 분석은 한국의 문제를 가늠해보는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형사재판권=미일 SOFA의 경우 피의자 기소 시점에 일본이 신병 인도를 받아 구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도 이와 같다. 한국은 지난 한미 협상에서 기소 시점 을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나 아직 그 방향이나 구체적 방법을 미국과 상의해야 한다.
▨공여지 문제=미군 시설을 위한 공여지와 관련 한국은 아무런 통제권을 갖고 있지 않지만 일본은 임대 기한을 설정해놓고 있다. 더욱이 그간 10년으로 설정된 임대 기한을 지난 92년 5년으로 단축했다. 특히 일본은 미군 기지 임대료를 방위비 분담금액에 포함하고 있지만 한국은 기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면서도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시키지 못하고 있다.
▨환경 문제=한국은 환경 피해에 대한 보상 규정은커녕 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조차 마련하지 못했지만 독미 SOFA는 미군이 독일 환경 법규를 준수하고 환경오염시 오염 제거를 위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동문제=한미 SOFA의 경우 군사상 필요시 해고가 가능하지만 일본과 독일은 각국 정부가 미군과 관련한 노동자를 관리하는 간접 고용제 를 채택 자국 노동자들에게 대한 인권을 보호하고 있다.
▨관세 혜택=한국은 포괄적 면세를 적용하나 일본과 독일은 특정 사안에 대해서만 면세를 적용하도록 규정한다.
이밖에 민사소송 절차의 경우에도 한국은 구체적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지만 독일과 일본은 각 사건마다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해 제시하면서 불평등성을 줄여나가고 있다.【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