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신앙열정 감동의 드라마
가톨릭 신앙의 유구한 전통이 살아 숨쉬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된 제15차 세계청년대회에 대한 평가는 아주 긍정적이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는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 청년들의 신앙의 열기는 뜨거웠고 교회의 미래를 밝혀주었다. 로마에선 각 성당마다 배낭을 등에 진 채 주모경과 순교자들을 위한 기도를 바치거나 성인경배예식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으며 성 베드로 성당에는 묵주의 기도를 바치며 성문을 통과 전대사를 받으려는 젊은이들의 물결이 계속 밀려들었다. 200만명(비공식 참가자 포함)의 청년들은 이처럼 한데 어울려 인종의 벽을 깨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됐다.
이에 앞서 열린 사전행사도 마찬가지. 소도시를 중심으로 열려 이탈리아를 좀더 속속들이 느낄 수 있었으며 훈훈한 인정과 인간미가 넘쳤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참가단 일부가 참여한 파비아 교구의 사전행사 프로그램은 두 나라와 코트디브와르 가봉 폴란드 청년들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출했다. 파비아는 습한 지역이어서 모기가 시도 때도 없이 쏘아대고 일부 청년들은 창고 같은 공간에 나무 판자를 깔고 자는 등 열악하기 짝이 없는 여건이었지만 이런 환경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파비아 청년들의 헌신적 봉사는 우리 청년들의 마음 문을 활짝 열게 했으며 민박의 경우 이탈리아 할머니들은 속옷 빨래까지 극구 자청해 참가자들을 감격시켰다. 이로 인해 미사 중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마다 서로 껴안는 진한 우정이 흘렀고 이별을 앞둔 장엄미사 때는 눈물을 보이기조차 했다. 이러한 우정은 로마교구까지 이어져 파비아 청년들은 한밤중에도 푸치니 초등학교를 스스럼없이 찾아와 밤 11시까지 친교를 나누고 이별을 아쉬워했다. 5일간의 짧은 머무름이었지만 한국과 파비아 청년들의 친교는 강물처럼 깊었다.
로마 숙소였던 푸치니 학교 봉사자들의 고압적인 자세는 그러나 아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당초 주교회의 교육위원회가 통보한 명단과 다르다고 해서 추가 신청자들의 여권과 대조 새벽 1시에 교문 밖으로 추방하려 했는가 하면 15일 밤에는 3층을 비우고 100여명의 남성 참가자들을 50평 남짓한 체육관에 몰아넣고 화장실 1개로 버티게 했다. 샤워 시설도 10여 칸밖에 되지 않아 365명의 참가자들의 샤워가 새벽까지 이어졌고 일부 참가자는 아예 샤워를 포기해야 했다. 로마의 지하철 2개 노선은 참가자들이 일시에 몰리면서 최악의 상황을 연출 결국 숱한 참가자들이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대회의 절정을 이룬 밤샘기도회와 폐막미사는 이런 어려움을 일거에 씻어내는 장엄한 대서사시였다. 찬 이슬과 잔디밭의 습기가 올라오는 침낭 속에서 밤새도록 기도를 바치는가 하면 담요 한장을 껴안고 동서남북 돌아가며 기도를 바치는 청년들의 모습은 인종과 언어와 문화의 벽을 넘어서서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이 같은 청년들의 자세는 새 천년기 가톨릭 교회의 건강한 미래를 담보하는 시금석이 될 것임에 틀림없어 보였다.【오세택 기자】
◎ 한국청년 민박치른 체사레 안나 부부
“아들을 둘이나 한꺼번에 얻었어요. 너무 예의바르고 인사잘하고 착해 이제서야 가족처럼 느끼기 시작했는데 일정이 너무 짧아요. 너무 아쉽네요.”
파비아 교구의 체사레(49)·안나(47)씨 부부는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서 온 이동호(22·라파엘) 이강영(20·힐라리오)군을 받아들여 민박을 치른 뒤 몹시 안타까운 표정이다. 파비아 체류 일정이 너무 짧았기 때문. 아예 1층을 내주고 두 아들 바오로(20)·베드로(18)군과 함께 2층에서 생활한 이들 부부는 “친아들처럼 느껴 아들이 넷이 된 기분이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들 부부가 민박을 치르게 된 동기는 지난해 밀라노 떼제 공동체에서 젊은이들을 위한 행사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파비아 보통법원 판사로 일하고 있는 체사레씨는 “한국 학생들이 온다기에 일부러 한국 소개책자를 입수해 공부까지 하고 맞았는데 이번 체험에 굉장히 만족한다”며 “각기 다른 나라들이 하나가 되는 가톨릭의 보편성을 새롭게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체사레씨는 또 “이런 보편성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말이 필요함을 절감했다”며 “그 언어는 아마도 영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호·강영군의 민박 체험 소감은 어떨까. “우리집과 똑 같았어요. 너무 편안하고 잘 챙겨주셨어요. 아침마다 속옷까지 다 빨아주시고 도시락도 꼼꼼히 챙겨 주셨어요. 이탈리아 가정의 화목한 모습을 직접 보게 되니 너무 좋아요. 체사레 아저씨가 부인을 챙겨주는 모습도 너무 인상적이에요.”
체사레씨 가족과 이동호·강영군은 13일 밤 파비아의 피자집 피쩨리아 다 줄리오(Pizzeria Da Giulio)에서 만찬을 갖고 진한 석별의 정을 나눴다.【파비아=오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