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2대학 토르 베르가타 캠퍼스에 세계 각국에서 200만명의 젊은이들이 모였다. 그들은 언어와 문화와 인종이 다름에도 함께 신앙을 고백하며 그들과 함께 계시는 그리스도 안에 하나임을 확인하고 기쁨과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그리스도의 사도가 될 것을 다짐하고 다시 그들의 삶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 가운데에는 한국의 365명의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젊은이들도 있었다. 본인은 통역봉사자의 한 사람으로 그리고 한국의 한 사제로서 참여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감동적이고 역사적인 청년대회를 통해 세계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됨에 대해 주님께 감사드리며 몇 가지 느낀 점을 지면을 통해 나누고 싶다.
첫번째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젊은이와 신앙의 문제다. 200만명의 젊은이들 한가운데 있으면서 시종일관 떠오른 한가지 질문은 이 젊은이들이 왜 여기에 왔는가 도대체 무엇이 어떤 힘이 이들의 발길을 이리로 향하게 했는가? 였다. 요즘 젊은이들의 매력을 끄는 수많은 인기 스타들의 음악과 춤과 낭만의 축제에 수만명 아니 수십만명이 모였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200만명의 젊은이들이 세계에서 모여들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푸근한 잠자리에서 행복한 잠을 청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주말을 테크노바에서 화려하게 보내며 인터넷을 통해 첨단 정보통신망의 즐거움을 향유하고 있는 이들을 토르 베르가타로 향하게 한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는 우려와 걱정을 종종 듣는데 모두들 이곳에서 불편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고 있지 않는가? 이들이 교회 안에서 젊은 신앙을 고백하는 데에 장애물은 도대체 무엇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혹 우리 교회의 젊은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목방향이 잘못되어 있지는 않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토르 베르가타의 밤이슬을 맞으며 젖어드는 침낭의 한기에도 아랑곳않고 밤을 새워 기도하는 세계의 젊은 영혼들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웠고 그 새벽을 축복하는 별들의 미소는 피곤한 여정으로 인해 쌓인 피로를 말끔히 씻을 수 있게 해주었다. 잠결에 자장가처럼 은은히 들려온 대회주제 임마누엘(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 은 꿈 속에서조차 주님의 현존을 알려주는 것이었기에 흥얼흥얼 후렴을 따라 하며 감사의 정으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두번째로는 너무도 예쁘고 늠름한 우리 한국의 젊은이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 젊은이들은 파비아 교구와 크레마 교구에서 5일간 그곳 젊은이들과 함께 신앙과 우정과 사랑을 나누었다. 그곳 교구와 도시의 적극적 지원과 자원 봉사자들의 헌신적 희생 현지 신자들의 따뜻한 손님접대에 힘입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간직하게 됐다. 이태리 사람들의 문화 안에 스며있는 신앙과 그들의 문화유산을 통해 얻고 배운 것도 많지만 무엇보다 우리 신앙의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그들을 자극하고 격려하는 역할도 했다. 송별미사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성체성가를 부를 때는 주교좌 성당의 많은 이탈리아 자원봉사 젊은이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우리와의 만남을 감사해 했고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로마의 불편한 숙박시설과 자원봉사자들의 어설픈 봉사로 인해 삐걱거림이 있었음에도 신앙과 열정과 희생으로 모든 것을 감수할 수 있었기에 공항에서 환한 얼굴로 우리 봉사 신부들에게 인사하며 면세구역으로 사라지는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우리들에게 큰 행복감을 맛보게 했다. 다음에 또 이렇게 봉사할 기회가 온다면 다시 느끼고 싶은 행복감이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으리라.
세번째로는 한국교회의 준비와 행사 조직위원회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이문희 대주교님을 조직위원장으로 하여 정병조 신부님이 대회본부장이 돼 행사를 추진했다. 준비과정에서부터 마지막 떠나는 항공편까지 직접 몸으로 뛰면서 노력한 본부장 신부님의 노력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남는다. 파비아·크레마 교구 그리고 로마에서의 각각 5일간의 행사 중 여러 차례 공식 프로그램이 있었고 프로그램 내용상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있는 분이 그 자리에 함께 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내에서의 여러 가지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그 분들을 뵐 수 없었던 점은 옥에 티처럼 유감으로 남는다. 그리고 토르 베르가타의 밤샘기도와 폐막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걷는 여정에서 만난 다른 외국 주교님들(배낭을 메고 젊은이들과 함께 노래하며 걷는 주교님들)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웠고 한없는 부러움으로 남는다.
철야기도 때 교황님은 폴란드 격언을 예로 들어 말씀하셨다. “당신이 젊은이들과 함께 살면 젊어질 것입니다.” 80 노구의 교황님은 언제나 20대 젊은이로 우리들 앞에 나타나셨다. 밤샘기도 때 손뼉을 치며 두 손을 음악에 맞추어 흔드시는 그분의 모습은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그 분은 밤에도 젊은이들과 함께 계셨고 낮에도 그들과 함께 기도하며 그들 안에 함께 하는 하느님을 증거하셨다. 대회주제가인 임마누엘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