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이별에 짧은 만남 다시 기약없는 헤어짐으로….
15일부터 3박4일간 서울과 평양에서 헤어졌던 가족들을 만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신자 이산가족들은 “꿈을 꾼 것 같다”면서 만남의 은총 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미사를 봉헌하고 이 만남이 계속 현실로 이어지도록 하느님께 도와달라고 기도했다.
▨평양 방문단
○…북에 있는 아내 김순실(81)씨와 아들 영선(53)씨 등을 만나고 온 서울 월계동본당 한재일(81·요셉)할아버지는 “살아서 전 처와 아들을 만나고 돌아와 가슴에 맺힌 한을 풀게 됐다”며 “모든 것이 주님의 은총”이라고 감사.
한 할아버지는 ”50년 만에 만난 북의 처가 등이 굽어 자신보다 열 살이나 많아보여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며 “아들과 동생들도 몰라보게 변해버려 가슴이 아팠다”고 눈물이 글썽.
동생들로부터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형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는 말을 듣고 불효자로서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는 한 할아버지는 “마지막 날 평양에서 같이 살자는 아들의 말을 뒤로 한 채 기약없는 이별을 했다”고 울먹이기도.
○…1·4 후퇴 때 평양에서 헤어진 막내 아들 김병길(56)씨와 감격적인 상봉을 하고 돌아온 서울 신내동본당 서순화(82·데레사)할머니는 “서로 죽은 줄 알았다가 만났으니 하느님의 큰 은총이 아니겠느냐”고 소감을 피력.
서 할머니는 “막내 아들을 보고 왔다는 그 자체가 가장 큰 선물”이라며 그러나 며느리와 손주들의 얼굴은커녕 사진도 못보고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한숨. 음식도 맛있고 평양시내가 깨끗하고 조용해 좋았다는 서 할머니는 고향에 같이 살던 친척들의 안부도 알았으니 위안을 삼아야겠다며 애써 눈물을 감추었다.
○…54년 만에 북한을 다시 찾은 서울 신천동본당 임덕선(76·안토니아)할머니는 서울로 돌아온 직후인 19일 아직도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는 모습.
북에 있는 동생 6명 중 5명을 만나고 돌아온 임 할머니는 “동생들이 언니 누나인 나보다 더 늙어보여 마음이 아팠다”며 “돌아오는 길에 동생들이 모두 엎드려 큰절을 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고 눈물을 글썽.
언니 누나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늘 부담이 되어왔는데 이번 만남으로 한결 마음의 짐을 덜었다는 임 할머니는 북에서 가져온 동생 가족들의 사진들을 어루만지며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살 날이 어서 빨리 오도록 하느님께 기도.
▨서울 방문단
○…6·25전쟁 당시 서울대 문리대에 다녔던 오빠 리돈(71)씨를 반세기만에 만난 서울 압구정동본당 이숙례(69·카타리나)씨는 “죽은 줄 알았던 오빠를 다시 만났으니 더 이상 여한이 없다”면서도 상봉의 순간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듯한 표정.
이씨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이런 만남이 이뤄졌지만 차라리 꿈이라면 좋을 것을 다시 헤어져야 하는 아픔을 누가 알겠느냐”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오빠 방환기(66)씨를 만난 청주 사직동본당 방환설(53·미카엘라)씨는 “살아선 다시 못볼 줄 알았던 오빠를 만나 꿈만 같다”며 하느님의 은총으로 오빠를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한다고 소감을 피력.
방씨는 “이번 만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만날 수 있도록 남북 당국자가 정책적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당국에 요청하고 하느님께서 도와달라고 열심히 기도하겠다고 다짐.
○…오빠 강영원(66)씨를 만난 전주 금암동본당 강순자(61·데레사)씨는 “오빠가 나를 참 예뻐했었다”며 원래 착하고 인덕이 있던 오빠라 아무도 없는 북에서 대학교수까지 올라간 것 같다고 오빠를 자랑. 강씨는 “북에 우리 선교사들이 많이 들어가 전교가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희망.
강영원씨의 큰 조카인 강석기(39·스테파노)씨는 “큰 아버지가 돌아가신 줄 알고 둘째인 아버지가 3대 독자로 살아왔었다”며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한 연미사와 큰 아버지를 만난 감사미사를 다시 봉헌할 예정이라고.
○…50년 만에 되찾은 오빠 리래성(68)씨를 다시 북으로 돌려보낸 방송인 이지연(53·루크렌시아)씨는 “아직도 돌아서는 오빠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헤어질 때 오빠의 뒷모습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과 너무 닮아 마음이 더 아팠다”는 이지연씨는 “2년 안에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이 약속이 이뤄질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하는 표정.
이씨는 “오빠에게 우리는 힘들 때마다 의지할 분(하느님)이 있는데 앞으로 오빠의 행복을 위해 그분에게 특별히 청하겠다 고 말했으나 남쪽 가족들이 신앙을 가진 것에 대해 오빠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며 남북간의 종교적인 이질감을 아쉬워했다.【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