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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모여 사는 날이 반드시 올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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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임덕선(76·안토니아·서울대교구 신천동본당) 할머니 상봉기

복선아 종순아 종웅아 종성아 이선아 인선아.

북에 있는 동생들의 이름들을 다시 한번 불러본다. 1946년 고향인 황해도 신계에서 가족들을 마지막으로 본 이후 한번도 크게 불러보지 못한 이름들. 헤어진 지 54년만에 평양에서 다시 만난 우리는 끌어안고 서로의 이름을 원없이 불렀다. 내 품에 안겨 “언니 누나 왜 이제서야 왔어”라고 외치며 울부짖던 동생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동생 분들이 아주 끌끌해요.”

15일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에 도착한 날. 북한측 안내원이 처음으로 건넨 말이었다. 동생들을 미리 만나 보았는데 모두 키가 크고 외모가 잘생겼다는 말이었다. 다행이다 싶었다. 혹시나 고생을 하지 않았을까 염려했던 나로서는 너무나도 고마운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어서 빨리 만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동생들과의 만남이 이뤄진 저녁 6시. 동생들을 처음 보는 순간 나는 할말을 잊었다. 그렇게도 마음 졸이며 기다렸던 시간. 54년을 기다려온 만남은 그렇게 한 순간에 이뤄졌다. 꿈에도 잊지 못했던 그 동생들이 눈앞에 나타나자 그 동안 가슴에 맺혔던 한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목놓아 울었다. 동생들의 얼굴에 자리잡은 주름이 마냥 슬프게만 느껴졌고 까맣게 그을린 얼굴 하나하나가 안쓰럽게 보였다. 동생들의 얼굴을 만지고 또 만지면서도 이것이 꿈인가 싶었다. 그러면서 동생들에게 누나 언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미안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 동안 동생들을 위해 수없이 기도하고 하느님께 청했지만 막상 만나고 나니 아쉬움이 더했다. 동생들에게 무엇 하나 해 줄 수 없는 자신의 나약함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동생들의 얼굴은 너무나 변해있었다. 20 17 14 11 7 4살이던 동생들은 어느덧 머리가 하얀 노인이 되어있었다. 그 맑고 깨끗했던 4살짜리 막내 여동생 인선이의 얼굴도 이제는 60세 노인의 얼굴이 되어있었고 헤어질 때 17세이던 남동생 종순이도 어느덧 70세 노인이 되어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주름질 얼굴 구석구석을 만지며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소망에 불과했다. 난 서울로 와야 했고 동생들은 또 북에 남겨졌다. 너무도 똑같았다. 54년 전 동생들과 헤어질 때도 나는 공무원이던 남편을 따라 서울로 내려와야 했고 동생들은 그렇게 북에 남겨져야만 했다. 그때도 불과 며칠 아니 몇 달만 지나면 금방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5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제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을 기다려야 할까.

동생들로부터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소식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아버지와 작은 오빠는 전쟁 때 폭격으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인민군이던 큰 아들이 전쟁 중에 병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충격으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친정에 갔다가 돌아올 때면 외손주를 대신 등에 업고 10리 밖까지 마중 나오며 “잘 살아라”고 말씀하시던 어머니. 효도 한번 못하고 어머니를 보내드렸다는 생각에 또 한번 가슴이 미어졌다.

76세의 나이. 이제는 살면 얼마나 살까 싶다. 동생들을 다시 볼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부디 동생들이 행복한 여생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리고 우리 형제들이 함께 모여 사는 그 날이 반드시 이뤄질 수 있기를 믿는다.

서울에 돌아온 지금 동생들과 헤어진 지 불과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다시 그 얼굴들이 보고 싶어진다. 오늘 밤 동생들은 과연 무엇을 하며 지낼까. 북에 있는 동생들의 행복과 하늘나라에 계실 부모님의 평안을 위해 간절히 기도한다.

“동생들아 부디 몸 건강히 행복하게 살아라.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볼 날이 있을 거야.”

【특별취재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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