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오후 5시 서울 명동 번화가 어깨에 OO교회 전교단 이라고 새겨진 띠를 두른 50여명의 개신교신자들은 행인들에게 선교 팸플릿을 나눠주고 신앙상담을 하는 등 거리선교에 분주했다. 매주일 이 시간께 명동에서 보는 익숙한 풍경이다.
오랜 거리선교 경험을 갖고 있는 이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시해도 감사합니다. 주님의 은총을 빌겠습니다 하고 공손히 인사했다. 환하게 웃는 이들의 얼굴에는 신앙에 대한 확신이 넘쳐 흘렀다.
거리선교에 관한 한 천주교는 개신교에 비해 후발주자다. 개신교는 한국에 진출하면서 부터 예수그리스도와 그 제자들의 선교방법인 거리선교 활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해왔다.
이와 달리 천주교는 그동안 거리선교에 무관심했다. 심지어 거리에서 어깨 띠를 두르고 복음을 외치는 개신교 신자들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기까지 했다. 그러는 사이에 거리선교는 개신교 선교방법이라는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그런 천주교회가 거리선교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1990년대 초반으로 대구대교구 이판석 신부가 지산본당에 가두선교단을 창설한 것이 효시다. 가두선교단은 그동안 국내외 638개 본당 약 10만여명에게 연수와 강의를 통해 거리선교를 빠른 속도로 전파시켰다. 덕분에 선교운동에 열심인 본당에서는 신자들이 으레 어깨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간다.
그러나 이같은 거리선교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인식은 아직까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판석 신부는 대부분의 본당에서는 1-2회 정도 거리선교를 하다 그만두는데 그것은 행사 이지 선교 가 아니다 며 아직도 많은 사목자와 신자들이 거리선교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한 게 우리의 현실 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거리선교가 일회적 행사로 그치는 이유는 천주교인들이 갖고있는 거리선교에 대한 편견 때문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거리선교에 열성인 신자들을 보면 너무 유별나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선교대상이 수두룩한데 굳이 허허벌판 같은 거리에까지 나가서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
춘천교구 동명동본당 김베드로(35)씨는 거리선교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어깨띠를 두르고 무작정 거리로 나가서 선교책자를 나눠준다고 사람들이 성당에 찾아오겠느냐는 것이다. 이같은 생각은 일부 사목자들도 마찬가지다.
원주교구의 한 신부는 뚜렸한 대상이 있고 결과가 바로 나타나는 친인척 선교 직장선교 가정방문 선교에 비해 거리선교는 성과가 매우 낮다 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거리선교는 예수와 사도들이 보여주었듯이 초세기 교회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가장 기초적인 선교방법이다. 거리선교를 소홀이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리선교가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천주교를 알리는 단순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들어 거리선교의 일환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설 길거리 신앙상담소(Mobile Church) 는 거리선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길서리 신앙상담소는 일정한 시간과 장소를 정해 신앙상담을 하는 공간으로 홍보책자만을 나눠주는 일반적 의미의 거리선교에 비해 그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대구대교구 지산본당은 지난 한해 동안 길거리 신앙상담소를 통해 1만 5000여명으로부터 자기소개서를 받았다. 대전교구 대흥동 주교좌본당은 지난해 상담소 3곳을 운영하며 매달 100여명으로부터 입교신청서를 받은 바 있다.
거리선교는 버스에 탑승해 선교활동을 하는 버스선교 매일 아침 마을을 청소하며 선교책자를 나눠주는 봉사선교 등을 병행할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버스선교나 봉사선교와 같은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선교한다는 점에서 즉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판석 신부는 거리선교가 신앙생활의 일부분이 될 때 한국교회는 진정으로 선교하는 교회 가 될 수 있다 고 말했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