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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에 평화를 - 개원10돌 맞은 서울 성가복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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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있는 성가복지병원을 찾은 한 환자가 현관에 들어서자 갑자기 바지를 걷고 신발을 벗어들더니 사뿐사뿐 걸었다.
주변 사람들이 이상해서 묻자 “병원이 너무 깨끗해져서 더럽힐까봐 그렇다”고 대답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다. 무료 자선병원인 성가복지병원(원장 홍석임 수녀)이 2000년 대희년과 개원 10주년을 맞아 지난해 대대적으로 수리 새 단장을 한 뒤 나온 에피소드다.
산뜻하게 바뀐 병원 모습에 덩달아 깨끗하게 병원을 사용하려는 환자들. “수입이 없는 병원에서 우리처럼 보잘 것 없는 환자들을 위해 이렇게 깨끗하게 해놓다니 정말 잘 대접받는 것 같다”며 병원 화장실에 가서도 그전과 달리 아무데다 침을 뱉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모습이다.

◆기적 어떻게 이뤄지나
이곳을 찾는 환자들은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에 갈 수 없고 돌봐줄 가족이 없는 행려자들과 극빈자들이다. 알코올 중독에 간경화 당뇨병. 고혈압 뇌졸중 등 만성병과 합병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많다. 욕창환자도 의외로 많다.
성가복지병원에는 말기암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병동이 7층에 따로 있다. 최근에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에이즈 환자들을 위해 직원들이 교육을 받고 별도의 5개의 병상을 갖추어 놓을 만큼 이 시대에서 가장 소외받고 버림받는 이들을 찾아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세상에서 천대와 무시를 받으며 몸과 마음이 망가진 채 살아온 환자들. 이곳 수녀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봉사에 얼어붙었던 마음을 조금씩 열면서 가슴에 묻어두었다가 털어놓는 아픈 사연들은 사회의 그늘진 현상을 그대로 드러낸다.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40대 후반의 장애환자 김씨. 평범한 회사원으로 결혼해서 딸 아이 하나 낳고 행복하게 살던 김씨는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척추압박 골절절제 수술을 받았으나 후유증으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다. 어느날 아내가 딸과 함께 한마디 말도 없이 가산을 정리해 집을 나가면서 그의 불행은 시작됐으나 이곳에 입원해 있으면서 삶을 포기하려던 자세를 바꾸어가고 있다.
돈을 벌려고 중동에 나갔다가 돌아오자 아내가 이미 가출한 상태로 희망을 잃은 채 20여년간 떠돌이 생활을 하던 50대의 박씨. 알코올 중독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이곳을 찾아온 박씨는 아득하게 잊어버렸던 따뜻한 보살핌과 인격적인 대접에 정말 행복하게 지냈다며 앞으로 돈을 벌면 어려운 이웃과 나누겠다고 다짐을 한다.
얼마전 이곳에서 죽음을 맞았던 70대의 외로운 할머니. 돌봐줄 친척이 없어 병원측이 장례까지 치러주려했던 할머니는 죽음 직전 아들이 있다고 고백했는데 뒤늦게 아들이 대학교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할머니를 돌보던 자원봉사자와 직원들은 아연실색하기도 했다.
이곳에 오는 환자 중에는 어느 정도 치료를 받아 제대로 쉬고 잘 먹으면 나을 수 있는 병도 퇴원 후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다시 예전생활로 돌아가 병을 악화시키는 이들이 많다. 때문에 입·퇴원을 반복하는 악순환을 조금이나마 극복 이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1994년 병원 뒤편에 쉼터 를 열었고 지난 IMF 때 행려자들이 몰리면서 무료급식 공간도 마련했다.
지난 10년간 이곳을 거쳐간 환자는 외래환자가 연인원 13만여명이고 입원환자는 연인원 25만5000여명에 달한다. 이곳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도 1000명이 넘는다. 요즘도 하루 평균 80-100명이 진료를 받고 있고 70여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다.
환자들에게 돈 한푼 안받고 진료에서 입원 임종까지 돌보는데도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 사람들은 성가복지병원을 가리켜 기적의 집 환자들의 천국 이라고도 부른다. 사랑이 기적을 낳고 있음을 체험하는 현장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기적의 주인공 하나
자원봉사자와 후원회원 이들이 바로 지금까지 이 병원을 있게 한 주인공들이다. 의사 약사

간호사 등 의료봉사자와 주방 청소 목욕 이발 세탁 옷수선 호스피스 임종봉사 차량봉사 간병인 등 10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구석구석에서 날마다 쉴새없이 이어진다.
환자들의 가슴아픈 사연을 통해 험악한 사회의 단면이 드러나기에 이곳 봉사자들의 활동은 어쩌면 더 아름답고 빛이 나는지 모른다. 무료병원 개원 무렵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매주 또는 매달 어김없이 찾아오는 봉사자들도 꽤 있다. 봉사 날짜에 못오면 다른 사람을 대신 보내는 이들도 있고 1년에 한두 번이지만 명절이나 연초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봉사자들도 있다.
이곳에 상근하는 의사는 내과 외과 전문의 두 명 뿐이다. 그런데도 치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피부과 비뇨기과 등 10개 과목의 진료가 이뤄지며 특히 토요일에 환자가 붐빈다. 자원봉사 의사들이 자기 병원에서 진료가 없는 토요일 오후를 택해 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수술은 이곳에서 이뤄지지만 대수술 환자는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종합병원에 의뢰한다.
의료봉사 못지않게 노력봉사자들의 활동 또한 소중하다. 한밤중이라도 달려와 외롭게 임종을 맞는 이들의 시신을 거두어 장례까지 정성껏 치러주는 임종봉사자들. 죽음을 잘 준비하도록 말벗이 되어주면서 환자의 팔과 다리를 주물러 주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대소변까지 받아내는 호스피스 봉사자들. 바쁜 직장시간을 쪼개 봉사하러 와서 환자 목욕을 시키느라 온 몸이 땀 범벅이 되는지도 모르는 이들.
“봉사하러 와서 오히려 많이 배우고 간다”는 이들의 대가없는 헌신적인 사랑의 힘을 모아 이렇게 사랑의 병원 으로 일궈가고 있다.
봉사자 중에는 간혹 학교에서 잘못을 저질러 그 대가로 봉사하러 오는 소위 문제학생들이 있다. 며칠간의 종일봉사를 하는 동안 껄렁껄렁한 차림새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제법 진지해져 가는 학생들은 그때서야 자신이 행복한 아이 라는 것을 느끼고 부모에게 감사하다 는 말을 한다.
목요일에도 이곳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목요일은 병원에서 목욕을 할 수 있고 의류업체에서 보내온 재고품이나 사람들이 보내준 깨끗한 헌 옷들을 모은 백화점 이 열려 원하는 옷을 골라 입을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준비도 다 봉사자들의 손에 의해 이뤄진다.

◆ 기적의 주인공 둘
병원의 한달 운영비는 1억여원. 그나마 봉사자들의 손길이 구석구석에서 꽃피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운영이 되고 있다. 후원회원들의 회비는 살림을 살아가는데 큰 몫이 된다. 후원회원은 개인회원 뿐만 아니라 단체회원 등을 합해 3000여건에 달한다.
IMF 무렵 아들한테서 받는 용돈이 줄었다며 매달 1만원씩 내던 후원금을 5000원으로 깎아달라고 찾아온 할머니 시장에서 장사하면서 성가복지병원을 위해 매일 1000원씩 떼어 놓았다며 3만3000원을 들고 찾아온 남루한 차림의 아주머니. IMF 때 회사가 부도직전이라 중단했으나 기사회생했다며 다시 정기적으로 후원하겠다며 후원금을 모아온 회사직원들. 봉사도 하고 후원도 하는 이들.
이렇게 크고 작은 정성들이 모아져 한달 후원회비로 7000여만원이 들어온다. 엄청난 액수지만 병원운영에는 항상 부족하다. 나머지는 병원을 운영하는 서울성가소비녀회 수녀들이 생활비 중 십일조를 ?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0-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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