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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방동 박영리씨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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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원주 장애인을 위한 천사들의 집. 방학을 함께 보내려고 양아들 김세현(12)군을 데리러 온 박영리(48 안나)씨는 “엄마”하며 맑게 웃는 모습으로 달려오는 세현이를 보자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올해는 몇 달만에 세현이 얼굴을 보기 때문이다. 정신지체아 세현이는 짧은 단어 한마디씩을 이어가면서 엄마에게 열심히 재잘거린다.
서울 대방동에 사는 박씨가 매월 정기적으로 세현이를 만나러 천사들의 집을 방문하고 방학 때면 집으로 데리고 와서 가족들과 같이 보낸 지는 벌써 8년이나 되었다.

박씨는 자신이 공부하던 성서모임 신자들과 같이 천사들의 집에 1박2일 청소봉사를 가서 세현이를 만났다. 장애아 시설 방문 봉사는 그 때가 처음이었다.
“장애아들을 보니 마음이 아팠어요. 그리고 정말 천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가 없는 장애아에게 양부모가 필요하다는 담당수녀의 이야기를 듣고 뭔가 도움이 되었으면 싶었는데 그 때 처음 본 세현이가 유난히 나를 따르더라구요.”
부모가 없는 세현이와 박씨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세현이를 만난 후 첫 방학. 집으로 세현이를 데려와야 하는데 가족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박씨는 “딱 하루만 같이 지내보고 정 싫으면 돌려보내자”고 사정 간신히 허락을 받아냈다.
세현이와 하루 밤을 보낸 남편 이상진(49 토마스)씨와 지금은 군에 입대한 아들 태희(요한)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딸 하연(로사 대학2)양 등 가족은 웬일인지 “우리가 돌봐주자”며 마음을 돌렸다.
그러나 박씨는 세현이 때문에 방학이 힘들면서도 가족들이 적응할 때까지는 한동안 내색을 하지 못했다. 잠시 한눈을 팔면 세현이는 세탁기에 휴지를 한 뭉치씩 넣어 빨래를 엉망으로 만들고 금붕어 밥을 너무 많이 줘 죽게 만들고 또 껌을 강아지 털에 부치거나 집안을 어지럽히는 등 말썽을 피웠다.
박씨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세현이 때문에 힘들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풍요로워졌다. 딸 하연이는 세현이를 만나면서 인생관 까지 바뀌었다. 장애아를 비롯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겠다며 대학을 지원할때도 사회복지학과를 택했다.
뒤뚱뒤뚱 걸으며 어리게만 보이던 세현이는 이제 제법 의젓하게 걷는다. 목욕탕에 갈 때도 엄마 대신 이제는 아빠를 따라간다. 지난 겨울방학 때 양아들과 같이 목욕탕에 갔다 온 뒤 흥분된 목소리로 “우리 세현이가 아빠 등을 밀어주면서 때 때 라고 큰 소리 치며 웃었다”고 가족들에게 자랑하며 좋아하던 남편 이씨는 올 여름방학도 무척 기다렸다.
방학 중에는 세현이와 같이 가족 나들이도 잘 간다. 그러나 늘 주변의 시선의 부담스럽다. 뭔가 처량하고 측은하게 보는 시선들. 일일이 설명할 수 없어 웃고 말지만 박씨는 정말 속상하고 동정받는 것 같아 너무 싫었다. 박씨는 이런 일들을 통해 장애아 부모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박씨는 세현이와 함께 있어 보려고 근처 유치원을 알아봤으나 세현이를 받아주려는 유치원은 한 군데도 없었다.
“아직까지 장애아들이 제대로 설 곳이 없어요. 제발 유치원이나 미술학원 교사들부터 장애아들이 일반 아이들과 어울려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 해요. 그런 열린 마음이면 부모들도 설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장애아는 그런 아이 이고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박씨 가정은 세현이를 만나 봉사하는 가정 이 되면서 이렇게 변화해갔다.【이연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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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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