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만의 고유한 관습과 전례를 간직한 채 가톨릭 교회와는 다른 문화와 전통을 형성하고 있는 동방교회(정교회). 교리나 신학적 입장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그들도 한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를 신앙으로 고백하는 같은 그리스도교 형제들이다.
화해와 일치의 대희년을 맞아 이들의 신앙과 전례 교회 유산을 눈으로 보며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한·러 수교 10주년을 기념해 지난 8일부터 9월 30일까지 서울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러시아 천년의 삶과 예술 전.
방대한 러시아의 문화 유산을 총 6개의 소주제로 나눠 보여주고 있는 이번 전시회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러시아 정교와 신앙 에 관한 코너. 러시아 정교회의 삶과 예술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12세기에 세워진 성 게오르그 성당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프레스코 벽화 이민족의 침입을 막아주었다는 일화를 갖고 있는 카잔의 성모 를 비롯한 15세기 이후의 희귀 이콘화 진품 정교회 전례에 사용되는 성작 성합 성반 주교용 지팡이 사제·주교 제의 등 15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러시아 미술사를 일별할 수 있는 러시아 미술 고전에서 아방가르드까지 러시아 황제와 황족의 생활용품을 전시하는 러시아 황실의 영광 톨스토이와 차이코프스키 등의 육필 원고와 소장품을 보여주는 러시아 에술 예술가들 코너들도 러시아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 정교회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러시아 정교회는 동방 가톨릭 교회의 선교 활동으로 988년 키예프 공국의 블라디미르 1세(980-1015)가 세례를 받음으로써 러시아의 국교가 됐고 1054년 동서방 교회의 분열과 함께 가톨릭 교회와 결별했다. 동방 교회에 속하는 러시아 정교회는 교리나 전례에 있어서 초대 교회의 사도적 신앙을 보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정통교회를 자처하는 정교회(正敎會) 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러시아 정교회는 가톨릭 교회처럼 성서와 성전 성모 마리아 7성사를 인정하나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면 성모의 원죄없는 잉태를 인정하나 교의로 선포하지는 않았고 세례는 초대교회의 침례 전통을 고수하며 고해성사는 공개적으로 이뤄진다. 또 미사 중에는 항상 양형 영성체를 하고 혼배 때는 신랑 신부에게 금으로 장식된 왕관을 씌워준다.
이번 전시회 기획 작업에 참여했던 민경현(프란치스코·고려대 러시아사) 교수는 “전시 작품 중 이콘만큼 정교회와 러시아의 문화적 특성을 잘 드러내는 것은 없다”며 “많은 신자들이 그린다기 보다 기록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정교회의 이콘을 감상하면서 그 속에 드러난 하느님의 현존과 섭리를 느끼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천년의 삶과 예술 은 9월30일까지 덕수궁 미술관에서 전시된 후 ▷광주(10월 16-11월 29일 국립광주박물관) ▷대구(12월 15일-2001년 1월 28일 국립대구박물관) ▷부산(2001년 2월 13일-3월31일 부산시립미술관)을 순회한다. 입장료는 성인 8000원 중·고생 6000원 초등학생 4000원. 20인 이상 단체는 각각 2000원씩 할인한다. 문의 : (02)759-7550【박주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