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아침 김베드로씨는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가족들과 함께 채비를 서두른다. 오늘은 중고생 자녀들과 명동성당에서 주일미사를 참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나서 승용차로 명동까지는 40여분.
성당 옆에 마련된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온 시각은 9시20분. 김씨는 서둘러 성당 언덕길을 오른다. 미사 시작까지는 아직 1시간 40여분이 남았지만 성당 옆 가톨릭 문화회관 에서 열리는 뮤지컬 김대건 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벌써 3개월전부터 아이들에게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던 공연이다.
매 공연마다 전체 4000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 뮤지컬 김대건 을 아이들과 함께 관람한 후 김씨는 미사에 참례하면서 묵상에 잠긴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는 오늘 복음과 조금 전에 본 김대건 성인의 삶이 한편의 영화처럼 겹치면서 성인의 삶과 영성을 본받아야 한다 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미사 후 아이들과 간단한 요기를 하고 지하 주차장 위에 우뚝 솟은 가톨릭 센터 로 발길을 옮겼다. 김대건 성인과 관련한 각종 유물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역사를 일별할 수 있는 박물관 한국교회 미술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복합 미술관 아이들이 좋아하는 테크노 전시관 청소년을 위한 댄스·미니 공연장 등이 층별로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눈으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같은 사실은 2020년 명동성당의 주일 풍경을 가상으로 그려본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일 명동거리에서 만난 미국인 제임스(27)씨의 말은 이런 풍경이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보름 일정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해 명동을 찾았는데 먹고 마시고 노는 건물 옷과 신발 등을 살 수 있는 공간 외에 볼거리가 없습니다. 저는 가톨릭 신자로서 한국에 오면 명동성당을 꼭 한번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 명동성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성당에 한국교회의 역사나 성인들에 대한 유물이나 자료를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