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5일
본당/공동체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이땅에 평화 - 교도소의 대희년에 만난 사람/ 재·출소자 15년째 돌보는 전주교구 유양자씨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범죄 발생의 70 이상이 전과자에 의해 자행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계다. 출소자들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범죄의 굴레로 쉽게 빠져든다는 얘기다. 무엇이 새 삶을 찾으려는 출소자의 앞길을 막고 있을까.

재소자와 출소자들을 위해 15년째 헌신하고 있는 전주교구 유양자(58 율리아나)씨는 출소자들이 살아가기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제약 들이 도사리고 있다며 그 이유를 하나씩 설명했다.
“재소자들은 교도소에서 시키는 대로 행동하다 보니 자발성이나 창의력이 없어요. 소년원을 거쳐 몇 차례 교도소에 들락거린 출소자는 나이가 30세가 넘어도 정신연령은 10대와 마찬가지예요. 소년원 시절에 이미 사고의식이 멈춰버렸기 때문이죠. 그러나 부모나 사회에서는 왜 이들이 나이답지 않게 분별력이 없는지 이해하지 못해요.”
유씨와 출소자들이 같이 사는 사랑의 집 식구들에게서도 그런 사례는 볼 수 있다. 방 청소를 시키면 깨끗하게 하는데도 재떨이에 있는 담배꽁초를 치울 줄을 모르거나 제 철에 맞는 옷을 바꿔 입으라고 이야기 하지 않으면 여름에 겨울바지를 그대로 입고 다닌다.

이들이 갇힌 상태에서 수동적으로만 움직여왔다는 것을 사람들은 이해하지를 못하고 뭔가 모자라는 이상한 사람으로 여긴다. 출소자 자활을 위해서는 우선 단순 노동에서 출발해 한단계씩 올라가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유씨는 이들이 징역병앓이 를 벗고 다시 자유로운 사고를 하고 분별력을 가지려면 적어도 3년이 걸린다며 우선 이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출소자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얼마든지 있다는 유씨는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사 람들이 알아야 한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교도소에서 출감해도 갈 곳이 없는 출소자들이 많아요.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외면당하기 때문이죠. 이들은 출감할 때 작업비로 5∼6만원을 벌어받지만 목욕하고 식사하고 여관에서 하룻밤 자고나면 거의 바닥납니다. 취직을 하려 해도 사람들이 꺼리고 또 이미 주민등록이나 호적이 말소된 이들은 신분보장을 할 수 없어 취업도 어려워요.”

그렇다고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교도소에서 만났던 다른 출소자를 찾게 된다.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먹고 살기 위해 또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어 출소 후 2~3달 만에 다시 잡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여름에 출소하는 이는 그나마 낫다. 막노동이라도 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번 돈도 숙식을 간신히 해결할 정도다. 겨울에는 그런 일자리마저도 없다. 이리저리 떠돌며 고생하다 보면 교도소 안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다가 다시 실수를 저질러 잡히면 출소 후 지금까지 잘 살려고 노력했던 모든 것이 일순간 무너진다.

“일단 재범자 이상이 되면 출소 후에 아무리 잘 살려 노력해도 주위에서 잘 믿지 않아요. 어떻게 살았는지 묻지도 않고 지금까지 계속 나쁜 짓하다 이번에 걸린 것쯤으로 간주해요. 이런 경우 교화위원을 통해 선처 를 받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배려가 전혀 없어요. 결국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지요.”
유씨는 출소자들이 일시적으로나마 먹고 잘 수 있는 쉼터 가 필요하고 출소할 때도 적어도 한 달 정도 살아갈 수 있는 돈을 줘서 내보내려는 정부의 희생 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소 때 갱생보호시설 입소를 신청 6개월 정도 머물며 사회적응을 해나가려는 출소자도 있다. 하지만 갱생보호원을 나오면서 제대로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도 아쉽다고 지적하는 유씨는 교도소를 범죄유형에 따라 세분화해서 교도소가 범죄양성소 라는 오명도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또 “사람이 낮에는 고된 일을 하더라도 밤에는 좀 편하게 쉬며 반성할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과연 1.5평 공간에 10여명이 빽빽하게 옆으로 누워 칼잠 을 자면서 반성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출소자와 함께 살면서 누구보다 출소자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유씨가 이 일을 하게 된 것은 지난 1986년 전주 복자성당에서 예비신자 교리를 받을 때 본당 신부를 따라 교도소를 방문한 것이 계기였다.

“그때 재소자 신자들을 위한 행사가 있었어요. 살인죄로 복역중인 한 재소자가 부모를 잘못 만나 나쁜 길로 빠졌다며 면회오는 어머니를 계속 만나지 않다가 다른 곳으로 이감되어 우연히 하느님을 알게 되면서 문득 어머니가 보고 싶어 연락했으나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대요. 부모를 원망하던 자신을 참회하며 불효자는 웁니다 노래를 부르는데 모두가 울었어요.”
아무리 흉악범이라고 해도 회개하면 새 사람이 되는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는 유씨는 그 때 예수님께 발목 을 잡혀 거의 매주 수요일이면 교도소 미사에 참례하는 열성으로 바뀌더니 지금까지 재소자와 출소자들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유씨는 재소자와 면담을 하면서 이상하게도 출소했던 재소자들과 계속 만났다. “왜 다시 들어왔느냐”는 물음에 대한 그들의 대답을 통해 출소자를 위한 집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하나뿐인 외동딸을 결혼시킨 뒤 1989년 전주시 덕진구 동산동에 출소자들을 위한 사랑의 집 을 열었다.
그러나 출소자들이 유씨의 마음처럼 잘 따라주며 새 삶을 찾는 것은 아니었다. 서로 싸우고 통장을 훔쳐 저축한 돈 500만원을 하루 사이에 다 쓰고 멋쩍게 들어오는 아들 도 있다. 그래도 유씨는 자식이 속썩인다고 내치는 부모는 없다며 잘 참아냈다. IMF때는 취직하고 결혼해 서울로 간 아들 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가족까지 모두 내려와 얹혀살기도 했다. 말소된 주민등록이나 호적도 다시 만들어 주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면 결혼비용도 대주고 형편에 따라 전셋집 값도 보태준다. 취업을 위해 운전기술도 배우게 한다.

“이 도둑놈아 속 썩이려면 죽어버려.” 화가 난 유씨가 이런 험한 말을 해도 출소자들은 자신들을 정말 위해주는 엄마 의 본심을 알기 때문에 엄마에게 오히려 미안함을 갖는다.

이 집을 거쳐간 재소자의 수를 유씨는 정확히 모른다. 아니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재범 삼범을 한 뒤 다시 찾아와도 언제든지 맞아준다.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을 무시하거나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씨는 출소자의 집을 통해 적어도 80 가량은 건진다 고 생각한다.【이연숙 기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0-07-09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9. 5

히브 13장 6절
주님께서 나를 도와주는 분이시니 나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사람이 나에게 무엇을 할 수 있으랴?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