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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에 평화를 민족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전국대회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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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리 끊어진 철길.
환갑도 더 넘은
머리 허연 노인 손에
지금도 원산행 기차표가 한 장 있어 어머니를 부른다.
돌아가시면 안돼요. 걸어서라도 갈 테야 엄마야!
높은 가시 철조망 철새들은 훨훨 날아 넘어간다. (빛·소리·월정리 공연의 나레이션 중에서)


강원도 철원군 월정리역.

비무장 지대 남방한계선 철책이 지척인 이 곳은 지금도 50년전 민족의 참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포탄과 총알자국으로 누더기가 된 노동당사 끊어진 철길 위에서 고철이 되어버린 원산행 객차의 잔해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한 젊은이들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이곳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피흘림으로 완성된 화해와 평화의 미사성제가 성대하게 봉헌됐다.
2000년 6월25일. 이날은 우리 민족이 지난 50년간 가슴 속에 품고 살았던 원한을 털어내고 화해와 평화의 새날 새삶을 여는 날이었다. 한국교회의 대희년 첫 전국대회로 거행된 춘천교구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행사는 구세주 그리스도 안에서 전쟁의 공포와 분단의 아픔을 씻고 참 평화를 체험하는 기쁨의 시간이었다.

○…이날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거행된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전국 각지에서 퍼온 흙 250부대로 쌓은 평화의 제대 에서 거행된 민족화합의 새날 새삶을 기원하는 미사. 제단에는 지난 봄 동해안 산불 때 타버린 남한의 소나무와 북한산 주목나무로 엮어 만든 5m 크기의 대형 십자가가 우뚝 서 남북의 하나됨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새벽 4시에 시작된 이날 미사에서 장익 주교는 “우리 겨레가 화해를 이루려면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에 화해를 이루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구체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14명의 주교들과 7000명의 신자들은 미사 끝 무렵 먼동이 트는 북녘 하늘과 땅을 향해 십자가를 그으며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북녘 동포들을 강복. 이 순간 민족의 하나됨을 기원하며 십자 강복을 그은 참례자들은 숙연한 마음에 눈시울을 붉혔다.
하루 밤을 꼬박 새워 기도한 참석자들은 미사 후 6·25 전란 중에 허기를 채워주던 음식인 거친 밀개떡을 나눠먹으며 평화의 인사를 나누기도. 김 추기경은 밤을 샌 신자들에게 “나 역시 난생 처음 밤을 새워 기도했다”며 유머를 던진 후 “대단히 인상깊고 아름다운 이 밤을 오랫동안 기억하자”고 격려.

황해도 수안이 고향이라는 실향민 김상익(81ㆍ파트리시아노ㆍ간성본당)옹은 “아직까지도 북에 남겨두고 온 3남매의 생사조차 모르고 있다”며 “지난 50년간 자식을 버린 죄많은 아비로 회한의 세월을 보내왔는데 오늘 감격적인 미사를 통해 그 죄 값을 기워갚는 듯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미시가 시작되기 직전 참석자 대표들은 50년 전 전쟁이 발발했던 시각(새벽 4시)에 맞춰 평화의 종을 타종.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드는 (이사2 4) 성서말씀에 따라 한국전쟁 당시 사용된 포탄과 총알 탄피를 녹여 만든 평화의 종이 50차례 타종 될 때마다 월정리역 광장에 모인 7000여 신자들은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 로 응답했다.

평화의 종을 타종한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 박숙안 수녀와 대구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 정초득 수녀는 “평화의 종소리가 남북한 전역에 퍼져 갈라서 있는 모든 것들이 하나되길 희망한다”며 감격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앞서 새벽 2시 어둠 속에서 공연된 전쟁 상황 다큐멘터리 현장극 빛ㆍ소리 월정리 는 참석자들에게 이날 전국대회의 성격을 각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참석자들은 거친 소련제 탱크의 엔진소리 고막을 찢을 듯한 총탄과 폭음소리 전쟁의 고단함을 노래한 음악이 들려오자 6·25의 아픔이 되살아나는 듯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교황대사 조반니 바티스타 모란디니 대주교는 공연 관람 직후 “분단된 한국 현실의 아픔을 실감했다”며 “남북한이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는 것이 이 땅에 희년의 정신을 구현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철원=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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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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