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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성화의날 특집 / 청주교구 강희성 신부에게 들어 본 사제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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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5월5일 대구시민운동장. 임시 제대가 마련된 넓은 운동장에 6만여명의 신자들이 몰렸다. 그리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로부터 사제서품을 받기 위해 늘어선 38명의 부제. 그 가운데 서있던 강희성 부제는 속으로 다짐했다. “평생 기도하는 사제 공부하는 사제 가난한 사제로 살겠다.”

그로부터 만16년. 강희성(청주교구 사창동본당 주임)신부는 신자들과 부대끼며 쉬는 신자들을 끌어안으며 보낸 그 세월이 너무 소중하다. “야훼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집 짓는 자들의 수고가 헛되며….”(시편 127 1) 이 말씀을 붙안고 살아온 세월은 축복이었고 또 벅찬 기쁨의 나날이기도 했다.

흔하디 흔한 본당신부 . 독일 한인 교포사목을 제외하면 본당에서만 살아온 강 신부는 지금도 변함없이 본당사목직에 만족한다. “요즘 와서 새삼 생각해보지만 본당사목 본당 공동체 본당신부라는 그 자체가 굉장히 소중해요. 본당사목은 특수사목의 종합이잖아요? 청소년 노인 쉬는 신자 실직자 등등 없는 게 없어요. 그래서 본당신부로 살아가는 게 제 소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때는 입버릇처럼 노인사목을 얘기했는데 이젠 그냥 본당신부가 아니라 정말 좋은 본당신부로 살아가고 싶어요.”

하지만 정말 좋은 본당신부로 살아가는 데에는 어려움도 만만찮다. 이 같은 고충은 강 신부도 마찬가지. 특히 기도생활과 사목활동의 불일치는 아직도 딜레마다. 자신을 내어놓고 밤낮으로 신자들과 늘 함께하면 신자들도 좋아하고 자신도 보람을 느끼지만 기도생활이 무너진다. 그래서 강 신부는 “가끔 며칠씩 기도를 건너뛰어 깜짝깜짝 놀라 기도한다”면서 “신자들도 본당 신부들이 사목과 기도생활을 조화롭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신자들간의 갈등도 힘든 일 중 하나. 오래 묵은 갈등일수록 해결하기가 힘이 든다. 소극적으로 두 쪽 다 만나지 않기도 하지만 그건 일시적인 방편. 꾸준히 지켜보면서 기도하고 관심을 갖는 수밖에 없다. “본당에 오래 묵은 갈등 관계가 있을 땐 신부로서 처신하기가 무척 어려워요. 과거에도 그런 적이 있는데 오랫동안 기도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니까 각자 스스로 찾아와서 털어놓고 그러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더군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힘든 일은 사제로서의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이다. 촛불 일렁거리는 고상 앞에서 조용히 성무일도를 바칠 때마다 사실은 자책 이 앞선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그런데 난 양떼들을 위해 목숨을 바쳤는가? 정말 너무 안일하게 살고 있진 않은가? 하는 자성에서다.

가난한 사제 도 강 신부의 화두다. 사제에게 주어지는 것은 사실 적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 가난한 사제가 돼야 한다는 생각은 늘 과제였다. 그 생각에 작은 전환을 가져오게 된 건 어느 원로사제의 말. 언제든지 물건이든 현금이든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내어줄 수 있는 삶이 되는 게 중요하다 는 얘기였다.

“전 중형차를 타고 있는 데 사실은 시내본당에서 자가용이 많이 필요하진 않아요. 그래서 일전에 강론할 때 전 지금 나름대로 필요해서 차를 갖고 있는데 저보다 더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드리겠습니다 고 말했는데 아직까진 달라는 분이 없네요.(웃음) 그런데 그렇게 구차하게 인색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과 부딪히게 되면 가난하게 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혼자만 고결한 척 한다는 비난을 감수하고 살아가는 것도 한 시대의 이정표가 될 수 있겠지요. 중요한 것은 어떻게 가난하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거겠지요. ”

그래서 대희년을 보내며 강 신부가 본당에서 아니 한국교회에서 펼쳤으면 하는 것 중 하나가 대희년 3제 운동 이다. 제모습 가꾸기 제자리 찾기 제길 걷기 에서 따온 3제 운동은 어쩌면 강 신부의 본당사목의 결실인지도 모르겠다. “제자리 찾기의 맥락은 신부답게 예요. 신부 본연의 모습을 찾자는 것이죠. 대희년이라는 게 자기 본래로 돌아가는 것이거든요 주어진 자리에서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 하느님이 주신 성소를 찾고 제 길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담담하게 속내를 털어놓던 강 신부가 신자들에게 특별히 당부하는 말. “신자들이 신부에게 의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신부를 존경한다는 표시라고 볼 수 있지요. 그런데 불필요한 부분까지도 모두 신부가 나서주기를 바라는 것은 좀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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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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