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내면 또 내라 하고 뭐가 뭔지 영 복잡합니다.”
전기료를 내면 며칠 있다가 수도료 고지서가 나오고 수도료를 내면 아파트 임대료 고지서가 나오고 한꺼번에 한번만 나오지 왜 그렇게 가짓수가 많은지 모르겠다는 석이(가명)다. 세금을 일일이 납부하지 않는 북쪽과는 다른 남한의 생활을 하나하나 익혀가는 것이 벅차기만 한 것 같았다.
남한에서 주민으로 살아가기 시작한 지 이제 한 달 반 가량 되는 석이는 요즘 텔레비전의 한 오락 프로에 출연하고 있다. 낯선 남한사회에서 어떻게 적응을 해가고 있는지 소개하는 내용이다. 하나원 이라는 통일부 교육기관을 나오기 전부터 방송국에서 집요하게 출연을 설득해 결국 방송에 출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송출연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프로를 시청한 많은 이들은 석이의 모습에 매우 불쾌해 했다. 왜냐하면 석이가 결국 방청객과 시청자들을 웃게 만드는 하나의 도구가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석이도 그 프로를 보니 자신을 너무나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불편해 했다. 남한에 온지 이미 8개월이 되어가고 관계기관에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경험하며 그래도 아주 조금은 남한사회와 생활들을 알고 있는데 어쩌면 그렇게 자신을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는지 답답해 했다.
석이는 방송국에 그만두겠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으나 담당자들은 직업을 구해주겠다는 다짐을 하며 계속 석이를 위한(?) 프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모습의 석이를 보여주며 모두를 웃게 만들지 모르겠다. 탈북자들은 자신이 텔레비전 프로에 출연함으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들을 아직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실 석이도 그랬다. 안타까운 것은 석이라는 한 탈북자가 웃음거리가 된 것도 있지만 석이로 인해 탈북자 전체 혹은 우리가 언젠가 만나게 될 북한의 형제·자매들까지 우리의 웃음거리로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자신들이 살다 온 북한과는 너무나 다른 남한사회에서 의식주부터 시작하여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하는 힘겨운 생활을 해야만 하는 탈북자들이다.
남한화가 결코 적응의 성패를 평가하는 기준이 아닐진대 우리는 너무도 쉽게 그들에게 남한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그들은 북한 사투리를 빨리 잊어버리고 남한말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심지어 자신이 북한에서 왔음을 모두가 몰라주기를 바라고 있다. 익숙지 않아 어색한 것은 잘못이 아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