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현(53·라자로·서울 양재동본당) 서초구 재무과 계약팀장에게 가면 국물 도 없다. 자리가 자리니 만큼 도로 포장이나 아린이집 같은 건물 신축계약 물품 구매엔 은밀한 유혹 이 따르기 마련. 그렇지만 답변은 늘 한결같다. “무슨 소리냐? 그건 안된다.” 단호한 그의 대답에 때론 협박(?)이 들어온다. 하지만 그는 흔들림이 없다. 그래서 업자들도 이젠 서초구청에 가면 (청탁이) 안된다 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조 계약팀장이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73년 11월1일. 대학을 중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현 서초구 반포본동 동사무소에 발령을 받은 그가 처음 맡은 일은 건설·사회 담당이었다.
“동에서 건설·사회담당을 맡고 나서 얼마되지 않아서 였는데 무허가 건물을 철거한다고 해서 뭣도 모르고 따라갔어요. 그런데 건물을 확인하더니 철거 반원들이 달려들어 무작정 망치로 집을 부수는 거예요. 방에서 자고 있던 아이는 실신하고 옆집에 놀러갔던 아줌마는 달려와 통곡을 하고…. 미치 공무원이 깡패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람이 살아가는 일과 법을 시행하는 게 이렇게 이율 배반적이라니. 실망이 컸죠.”
이후 27년의 세월은 공직자의 신원 을 자신에게 묻고 대답하는 여정이었다. 동사무소에서 구청으로 위생과·산업과·기획감사과·도시정비과(운수계)·세무과·광고물계·건설관리과·재무과까지 기술직 업무만 빼곤 거의 다 거쳤다.
80년대 중반 강남구 위생과에 있을 때의 일.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두고 변태업소들이 많이 생겨날 때였는데 그는 한 건도 봐주지 않고 영업정지처분을 내렸다. 그 때문에 얻은 별명이 조칼날 . 그래서 그만 혼자서 징계를 받지 않고 위생과를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은 부서에서 일해본 직원이라면 그의 내면은 강직하다기보다는 아주 따뜻하다는 걸 금방 알아챈다. 동작구나 서초구 청소과 재임 시절엔 환경미화원들로부터 가장 인기있는 직원이었다. 청소를 하다가 다칠까 우려해 다른 직원들과는 달리 늘 날이 밝은 다음에 청소를 하라고 당부했을 정도.
“환경미화원들은 진정으로 직업의식이 있는 분들입니다. 길거리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으면 새벽 4시 그 어두운데서도 그걸 줍다가 차에 치이거나 다치는 게 다반삽니다. ”
그런 그의 모습에 “저 사람이 천주교 신자라면 나도 세례를 받고 싶다”면서 가톨릭에 입교한 직원들이 부지기수다. 재무과에서도 마찬가지. 그가 세례를 받은 것은 85년. 부인 장숙(52·마르타)씨의 권유와 처가의 오랜 신앙 때문이었다. “세례를 받은 이후부터는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려고 하니까 마음이 편해요. 욕심부리지 않고 벌어서 아이들 대학보내고 잘 사니까 좋고 또 교우회 일을 하며 직원들과 매주 복음을 나누고 봉사활동을 하니 더 좋고요. 그게 사도직 아닙니까?”
이제 정년퇴직을 4년 남짓 남긴 그에겐 하나의 소망밖에 없다. “사회복지와 관련된 업무를 더 해보고 싶습니다. 남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지 않습니까?”
올곧게 공직자의 외길을 걷는 그의 모습은 구청 입구에 늘어선 형형색색의 꽃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오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