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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들의 대희년 사제의 시각-정진호 신부(서울 평신도사목국 직장사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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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가 직장에 간다는 것처럼 어색한 일은 없을 것이다. 낯설고 어색함이 가득한 직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직장사목부에 와서 처음으로 봉헌했던 직장미사를 기억한다. 약간의 긴장도 있었지만 약 60여명이 강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는데 50명 이상이 남성인 그것도 40∼50대가 주축인 그들과 미사를 함께 하는 데 참으로 어색했다. 거기에다 무표정한 얼굴에 무뚝뚝함이 가득 배어있는 이들 안에서 신앙을 이야기하고 바른 삶을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곤혹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보면 그들의 경직이 그들만의 탓이 아니란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들이 정말 곤혹스러워 했던 것은 IMF 이후 쏟아졌던 사회의 비난을 감수하는 것이었다. 정부에서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위해 공무원 조직부터 손을 댔고 언론에서는 공무원 직업을 철밥통 이라며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의기소침한 공무원 신자들과 나와의 관계는 이러한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한해 서울의 23개 구청(전체 25개 구청)을 방문했다. 이 방문은 공무원 신자들과의 만남이지만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중요한 흐름 하나를 감지했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별반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가 변해야 된다는 열망은 있으면서도 무엇이 어떻게 변해야 되는지 구체적이지 못했던 나에게 변화의 흐름이 있다는 것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어쩌면 작지만 나에게는 소중함으로 다가왔다. 변화의 핵심은 무엇인가? 바로 그들이 친절해졌다는 것이다. 신자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들의 친절 이 단어는 수많은 생각을 잉태하게 해주는 씨앗의 시작이 되었다.
친절은 서비스로의 전환을 가져왔다. 공무원들의 서비스 정신 이것은 더 큰 변화로 가는 길목에 우뚝 서 있었다. 이 서비스 정신은 봉사정신의 구현이었다. 요한 복음에서 예수께서 전해주시는 자기 희생의 메시지 즉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모습(요한 13 1-20)의 사회적 구현이라고 생각한다. 예수의 권위는 섬김을 받는 자의 모습이 아니라 섬기는 자의 모습으로 드러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섬기는 자의 모습과 서비스 정신으로 충실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 이것이 우리가 살아야 할 바른 삶의 전형인 것이다. 우리가 항상 고민하는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의 일치도 이러한 정신의 사회적 구현을 통해 가능하다는 희망도 가져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책무 즉 서비스 정신으로 충실한 사회적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비단 공무원들에게만 주어져 있는 것일까? 공직자에게만 공직(공직))의 직무가 주어져 있는 것일까 고민하게 된다. 정의는 정의를 부르짖는 사람만이 지켜야 되는 덕목이 아니고 모든 인간에게 주어져 있는 하느님의 명령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공직자에게 주어져 있는 책무도 모든 인간이 나누어 가져야 되는 공직(공직)이라고 생각한다. 공직(공직)이란 직무를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직무는 이 사회 모든 국민에게 주어져 있는 공동의 책임 직무를 말한다. 공무원이기 때문에 이것은 해야 하고 저것은 하지 말아야 된다는 편협의 논리를 깨고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자기 삶에 충실한 서비스의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 이것이 공직(공직)의 수행이다. 대희년에 하느님께서 공직자들에게 주는 선물은 공직(공직)을 통해 공직(공직)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이라는 희망이다. 또한 이는 모든 이에게 요청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공직자들의 대희년이라고 한다. 그들 삶 안에 희년의 정신이 드러나 하느님의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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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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