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신문은 대희년을 시작하면서 새 천년기 한국 천주교회의 도전과 과제 라는 주제로
한국 주교단 대희년 특별진단 시리즈를 17회(1월1일 제560호∼5월24일 제577호)에 걸쳐
연재했다. 연재를 마치면서 특별진단의 주요 내용을 2회에 걸쳐 정리 소개한다. 편집자
▲새 천년을 위한 교회와 신앙인의 모습(김수환 추기경): 교회와 신앙인들은 예수의 삶을 깊
이 묵상하고 그분의 사랑과 자비를 깨닫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곧 우리 자신 나 자신이
주님의 사랑과 자비로 용서를 받았으며 주님은 우리를 끝없이 절대적으로 사랑하신다는 것
을 깨달아야 한다.
이런 깨달음을 통해 우리 자신이 예수님처럼 자비의 사람 사랑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
리하여 오늘의 우리도 참으로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벗이 되고 형제가 되어 그들이 겪
는 고통을 나눌 줄 알아야 한다. 특히 교회는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서 만이 아
니라 그들과 함께 있을 줄 알아야 한다.
▲가정 생명(박정일 주교):생명과 사랑에 봉사하는 소명을 받은 가정이 이혼과 낙태 등으로
무너지고 있다. 사랑에 바탕을 두지 않는 가정은 쉽게 편리함과 유용성을 중시하게 된다.
30를 넘어서는 이혼율과 연간 150만건을 넘는 낙태 현실은 사랑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닌 자
기만의 편의나 혜택을 누리기 위해 가정을 이용하려는 심각한 개인주의와 물질 만능주의가
빚어낸 결과다.
이런 현실에서 가정이 참으로 생명과 사랑에 봉사하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 교회는 미혼 남녀를 위한 혼인교육뿐 아니라 기혼 부
부들을 위한 교육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작은 교회인 가정에 대한 교육은 각
본당 주일학교에서도 강조돼야 한다. 특히 성교육이 초등부 주일학교에서부터 시작돼야 한
다.
둘째로 필요한 것은 증거의 삶이다. 서로 사랑하고 대화하면서 역경과 고통을 극복하고 어
떠한 시련도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에 찬 부부의 삶은 이웃의 삶까지도 변화시킨다 이런 증
거의 삶은 미혼부모가 낙태를 하지 않고 아기를 낳았다는 사실에도 축복해 줄 수 있는 의식
의 변화까지 요구한다.
셋째로는 위의 두가지가 전례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본당공동체는 가정공동
체와 긴밀한 친교를 가짐으로써 본당이 각 가정들의 가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전례와 교리
교육 애덕 실천 등에 가족 전체가 함께 참여함으로써 작은 교회 로서의 가정공동체 모
습을 발전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평신도(김옥균 주교):평신도 사도직의 풍요한 결실은 그리스도와의 생생한 일치에 달려 있
다. 평신도 사도직의 최종 목표는 “너희의 빛을 사람들 앞에 바로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라”(마태 5 16)는 주님의 말씀을 세
상에 구체화시키는 일이다.
평신도들은 자신과 가정공동체의 성화를 위해서 최우선적인 노력을 다해야 한다. 또 평신도
들의 가족 사랑은 가정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이웃 사랑으로 드러나야 한다. 아울러 개인적
인 차원의 이웃 사랑의 실천 못지않게 더욱 나은 인간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인 개선
을 위해서 선의의 사람들과 연대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예수님의 모습을 닮은 평신도가 되기 위해선 충실한 기도생활과 함께 성서와 교회의 가르침
을 연구하고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며 본당의 사목활동에 대한 협력뿐만 아니라 교구의 사
목활동에 대해서도 협력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는 대희년 맞이 평신도 대회 에서 평신도
선언 을 하였다. 이 선언이 단순히 선언에 그치지 않고 평신도들과 교회 구성원 모두의 생
활 속에서 실천되기를 바란다.
▲수도생활(김창렬 주교):교회는 제도적 교계적이며 동시에 은사적이고 예언적이다. 교계적 제
도가 하는 일은 남성의 그것과 같이 주로 외적인 것이다. 세속 안에서 세속을 상대로 일을
해야 하고 때로는 세속적인 수단이나 방식까지도 도입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성직자들은
자연히 매우 중요하고 본질적인 영성면에 소홀해지게 마련이다.
이를 위한 보완책으로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신 영적이며 은사적인 보충장치가 바로 수도회라
고 본다. 수도회들의 다양한 영성이나 은사는 교계제도의 허약함을 고쳐주고 활력을 넣어주
는 치료제이자 활력소다.
문제는 그 두 파트너가 다 같이 크고 많은 것을 숭상하며 추구하는 이 시대의 영향을 매우
심하게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교회가 심한 영적 빈곤을 겪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
다.
수도회들은 오늘날 한국 천주교회에 절실히 요청되는 일반 영성과 대중 신심을 증진시키고
활성화하는 데 앞장서 주었으면 한다. 각 수도회가 자기 고유의 영성과 카리스마에 충실해
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에 너무 집착하는 나머지 타영성들에 대하여 이해하지
못하거나 하느님 백성 곧 교회의 대중 신심을 천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성직자(최창무 대주교):복음화에 앞장서야 할 성직자들의 쇄신과 성화는 두가지 점에서 생
각할 수 있다. 첫째는 성직자의 신원 자체가 늘 쇄신과 성화를 요청하며 둘째는 성직자의
직무가 충실하게 이루어질 때 그를 통해 성직자 자신도 쇄신되고 성화된다는 사실이다.
주교를 중심으로 사제단을 이루는 성직자들은 교회의 대표자 성격을 지니므로 누구보다 거
룩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성직자를 탁덕(鐸德)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성직자
들은 또 자기의 능력이나 원의에 의해서 사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부르심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응답한 이들이다. 이를 위해 성직자들은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하여 쇄신
과 성화를 이루어나가야 한다.
첫째 성숙한 인간이 돼야 한다. 그리스도 예수를 본받고 그를 따르는 건전한 상식 겸손과
온유 자제력을 갖춘 성품의 소유자가 돼야 한다. 둘째 기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성무일
도만이 아니라 개인의 묵상기도와 영적 독서 성독(聖讀) 등을 통해 자신의 영적 생활을 성
숙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연학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 사제가 봉사하며 복음을 선포
하는 현장은 변화하는 현실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개인의 연구는 물론 평생 교육
차원에서 연수의 기회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 넷째 사제적 친교가 필요하다. 기쁨과 슬픔
보람과 좌절을 같은 사제직을 영위하는 이웃 형제 사제와 나눌 줄 알아야 한다. 인간적인
호오(好惡)에서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의 사제직에 동참하는 형제요 동지로서 친교
의 끈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목 활동이 사목자를 성화한다 는 격언처럼 성직자의 쇄신과 성화는 근본적으로 자신
의 소명을 완수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성직자는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직 왕직을 수
행함으로써 쇄신되고 성화되어야 한다. 성직자들이 사제요 예언자이며 임금이신 예수 그리
스도를 본받고 그분의 뜻을 받들어 임무를 수행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보다 더 확실한 쇄신과
성화의 길은 없을 것이다.
▲영성(최기산 주교):배나무에 감이 열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