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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일기 를 통해 본 동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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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맑은 눈은 거짓이 없다. 동심의 눈에 비친 세상과 어른들의 행동은 꿈과 희망의 나래를 활짝 펴야 할 새싹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때가 많다. 5일은 어린이 날. 인간성회복운동 추진협의회(회장 김부성)가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보급하고 있는 ‘사랑의 일기’를 통해 동심의 세계에 들어가본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 키보다 훨씬 자란 ‘오이나무’에 1cm 정도 되는 오이가 세 개나 열렸다. 너무 신기해 몸이 막 떨렸다.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보니 오이에 땀방울처럼 동그란 것이 송송 맺혀 있었다. 너무 힘들어 땀이 난 것 같다고 아빠에게 이야기하자 그것은 가시가 생기는 거라고 말해 주었다. 오이가 자라는 모습을 관찰해서 친구에게 알려주고 싶다.”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의 일기다. 자연의 신비에 놀라워 하는 순수한 동심이지만 세상의 모습은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다.

“옛날에는 겨울에 내리는 눈을 먹었는데 지금은 왜 환경이 더러워지는 걸까. 내가 환경부장관이라면 강이나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다 적발되는 사람에게는 2년간 그곳에 놀러 갈 수 없게 하고 벌금 100만원을 물리겠다. 산에서 음식을 버리는 사람은 그 산을 하루종일 청소하고 벌금 100만원을 내게 하겠다…. 하지만 자연아 걱정 마. 내가 지켜줄게.”
어른들이 망쳐놓은 자연을 다시 회복시켜 나가겠다는 어린이의 다짐에 희망이 엿보인다.
길가에 버려진 담배꽁초는 어린이들에게는 ‘양심을 버린 어른’ 그 자체로 비쳐진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니 수많은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다. 더 열불 나는 일은 버려진 담배꽁초에 불이 붙어있다는 것이다. 누가 버렸을까. 양심없는 사람이 버렸겠지. 우리 아빠는 나랑 있을 때는 양심을 버린 적이 없지만 내가 없을 땐 어떤 행동을 하는지 궁금하다.”
아빠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하는 내용이다.
어른들에게 실망하는 아이들. ‘사랑의 일기’에는 어린이들의 그런 모습이 역력하다. 얼마 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를 지켜본 어린이들의 일기를 한번 보자.
“국회의원에 출마하려는 아저씨들을 보면 이상하고 한심하게 보인다. 우리보고 싸우지 말라고 하면서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서로 헐뜯고 국회에서도 다른 당 사람과 멱살잡고 싸운다. 우리 초등학생 회장 선거도 그런 안좋은 장면이 없는데 말이다. 또 월급만 받고 국회에 참석도 하지 않을 거면서 왜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걸까.”
“평소에는 잠자코 있다가 선거철만 되면 길거리에서 인사하고 집에 전화하고 투표권이 없는 어린 우리까지 동원해 표를 얻으려 하니 이해가 안 간다. 우리 부모는 고향 아저씨를 뽑아야 고향이 발전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책임감이 강한가 정직한가 평소에 소리없이 봉사하는 모범을 보이는가 그런 기준으로 뽑아야 한다고 본다.”
아이들은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행동이나 또 그런 사람들을 뽑는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적어도 자신들이 어른이 되어 투표권을 가질 때는 올바른 선거가 치러지고 싸우지 않는 국회가 되길 희망했다.

반장 선거를 치른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의 일기는 아이다운 행동 속에서도 어른을 부끄럽게 하는 의젓한 모습이 드러난다.
“학교에서 셋째 시간에 갑자기 반장선거를 했다. 당황했지만 내 의견을 솔직히 발표했다. 후보자를 뽑을 때 내 표가 가장 많아 마음이 놓였는데 진짜 반장선거에서는 한 표 차로 떨어졌다. 너무 속상해 울음을 터뜨렸다. 부반장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엄마는 반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위로했다. 속상했던 마음을 가라앉히자 학교에서 했던 내 행동이 후회가 되었다. 나를 뽑아준 친구들을 고맙게 생각하고 내일 학교에 가서 ‘반장 축하해. 우리 선생님을 도와 열심히 봉사하고 최선을 다하자’라고 말해야지.”
어린이를 위한다면서 돈밖에 모르는 어른들 욕설을 하며 난폭하게 운전하는 기사 아저씨 등 어른들의 잘못된 행태를 꼬집는 일기 내용들도 무디어진 어른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경제위기는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도록 일깨워 준 기회였다. 경제가 어려워 밥 한끼가 소중한 실업자들이 많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부모의 은혜를 모르고 지내온 것을 반성하는 어린이 잘 사는 사람들이 조금씩 절약해 실업자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기쁨과 나눔이 커질 것이라는 어린이 물건을 아껴쓰고 낭비하지 않겠다는 어린이….
‘사랑의 일기’를 통해 들여다 본 동심의 세계에는 어른들의 행동이 올바르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어른들을 보고 배운다. 어른들이 바뀌지 않는 한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새싹들이 어른이 될 때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이연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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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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