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후 3시께 서울 중구 신당동 유락종합사회복지관(관장 정순오 신부)의 ‘잘자람 교실’.
장애어린이 11명의 특수교육을 맡고 있는 조경연(29)교사는 간식을 나눠주기 위해 “‘다들 제 눈 보세요. 간식을 받을 땐 어떻게 말해야 돼죠.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거예요”라며 큰 소리로 몇 차례 반복하고서야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교실의 아이들은 대부분 자폐증세를 보이는 발달 장애 어린이들. 조 교사는 “아이들이 정상아와 비교해 얼마나 뒤떨어졌나를 찾으려면 끝이 없기 때문에 ‘무엇을 할 수 있나’를 먼저 보고 교육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잘자람 교실’은 방과후 장애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꾸민 자활 프로그램. 아이들은 이곳에 오기 전만해도 부모들이 대부분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학교 방과 후에는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오후 1시30분∼6시)까지 운영되는 잘자람 교실의 교육 내용은 마치 유치원 수업을 닮았다. 높이뛰기 매트 구르기 공굴리기 평균대 걷기 한글·숫자 배우기 그림 그리기 악기 두드리기 율동과 동요 부르기 등 장애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열중할 수 있는 것들만 골라놓았다. 수영과 고궁 견학 등 야외 학습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간이다.
특수교육을 전공한 강선주(23)교사는 “학교에 가고 올 때 부모님께 어떻게 인사하는지 또 아프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실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명희(9·가명)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소변도 가리지 못하고 하루종일 구석에 앉아 비닐종이만 뜯었다. 그러던 명희가 한달이 지난 요즘은 교사들에게 손을 들고 자기 의사를 표시한다. 사람을 전혀 쳐다보지 않던 정운(9·가명)이도 요즘은 친구들과 제법 눈을 마주치며 장난을 친다. 한달여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소라(12·가명)가 며칠 전부터 또박또박 큰 소리로 책을 따라 읽는다.
유락종합사회복지관은 연계 프로그램으로 장애 동생이나 형을 둔 아동들을 위한 ‘형제 보듬이 교실’ 장애아 부모 모임인 ‘자녀 보듬이 교실’ 장애아동 가정의 자립을 지원하는 ‘디딤돌 모임’ 등을 운영하며 장애로 소외된 어린이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그림 그리기를 해도 동그라미와 줄 밖에 그을 줄 모르는 발달 장애 어린이들이지만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욕을 보이는 모습이 대견스럽다”는 지창희(35·사무엘)과장은 “방과후 장애 아동들이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