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대희년 축제가 지난달 30일 서울 혜화동 동성고 강당과 해태유업 수원공장에서 각각 개최됐다. 이날 축제에 참가한 16개국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언어와 풍습 문화는 서로 다르지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가족이 되길 희망하며 감동적인 화합의 장을 연출했다.
16개국 노동자 1200명 참석
○…“코무스타카” “아샬라마 라이쿰” “노모스카르” “센베노” “안녕하세요”. 필리핀·방글라데시·몽고·페루·나이지리아 등 16개국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국말로 환영 인사를 나누며 막을 올린 서울 외국인 노동자 대희년 축제에는 국내 체류중인 외국인 노동자 1200여명이 참석해 대성황.
이날 문화행사 출연자들이 민속 의상과 악기 등으로 자국의 민속춤 공연을 펼치자 많은 이들이 무대 위로 뛰어올라와 함께 춤을 추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네팔팀은 녹색지대의 ‘준비없는 이별’을 유창하게 불러 박수 갈채를 받았는가 하면 파키스탄의 한 남성은 유연한 몸놀림으로 전통춤을 선보여 인기 만점. 한국 대표로 참석한 전교가르멜수녀회 수녀들은 사물놀이 공연으로 타국 생활에 지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로했다.
하얼빈 출신 조선족 여성은 사회자가 “중국 조선족 노동자”라고 소개하자 “나는 한국인이다”며 자신을 다시 소개해 한국에서 받는 서러움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장안평에서 일하는 필리핀인 수다리오(38)씨는 “IMF 이후 모처럼 이런 자리가 마련돼 기쁘다”며 “대희년 축제를 계기로 산업현장에서도 한국인들과 좀더 가까워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3개 국어로 기념미사 봉헌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담당 강우일 주교의 주례로 봉헌된 미사는 한국어·영어·타갈로어 등 3개 국어로 진행. 강 주교는 강론을 통해 “여러분도 예수처럼 한국땅에서 많은 고통을 받으면서 손과 옆구리에 예리한 상처가 나는 듯한 아픈 체험을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여러분들은 예수의 초대에 기꺼이 응해 먼저 용서하고 미움과 좌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위로. 특히 가톨릭 노동 청장년회의 기를 앞세운 봉헌 예절에서 참석자들은 필리핀산 망고 과일 개량한복 외국인 노동자가 만든 청바지·컴퓨터 자수 재한 필리핀 사목공동체 주보 등을 봉헌해 눈길.
노동관계법 세미나도 열어
○…미사에 앞서 열린 ‘노동 관계법’ 세미나에서 김동원(고려대 노동대학원)교수는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에 관한 한국 노동관계법 조항을 소개. 김 교수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은 임금 체불 등 많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법률구조공단 자원봉사 변호사 근로감독관 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 이날 ‘손에 손잡고’를 합창하며 행사를 끝낸 외국인 노동자들은 행사장을 말끔히 청소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춤과 노래실력 마음껏 뽐내
○…수원교구 사회복음화부가 ‘일터의 기쁨’을 주제로 해태유업 수원공장에서 개최한 축제에는 안산·인천 등 경기도 일대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500여명이 참석.
노동자들은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의 주례로 미사를 봉헌한 후 그동안 갈고 닦은 춤과 노래 실력을 마음껏 뽐내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사회복음화부 담당 홍창진 신부는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축포까지 구해다 발사하기도 했다.【리길재 기자 연규란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