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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 산불 피해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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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모처럼 단비가 내렸지만 강원도 고성군 거진2리 빨래골 주민들은 달갑지 않았다. 오히려 “잿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 어장을 망친다”며 하늘을 원망했다.
산불이 나면 산만 망가지는 게 아니다. 재가 바람을 타거나 빗물에 씻겨 바다로 들어가면 바닷물이 산성화된다. 그러면 해조류와 플랑크톤이 죽어 결국 생태계가 파괴되고 만다. 고기잡이가 생업인 어민들과 부둣가에서 날품을 팔고 사는 주민들은 속절없이 내리는 비가 야속하기만 하다.
빨래골 주민들은 지난 11일 인근 약수암에서 발생한 산불로 주택 21채가 전소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피해주민 대부분은 바다에 남편을 잃고 홀로 사는 할머니들이다. 이들의 생업은 고기잡이 배가 들어오면 부두에 나가 그물에 걸린 고기를 털어주는 잡일. 만선일 때는 하루 품삯으로 2∼3만원을 받지만 고기가 잡히지 않는 날에는 일을 해주고도 빈 손으로 돌아와야 하는 고된 삶이다.
“불타는 집을 허망하게 바라보다 발에 불이 붙은 것도 몰랐다”는 허금자(55)씨는 “화상입은 상처보다 박복한 팔자가 더 서럽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41세에 남편을 잃고 생선 행상을 하며 자식 넷을 키운 그녀는 “이제 겨우 살만하다 싶더니 하루 아침에 옷 한 벌 없는 알거지가 됐다”고 망연자실했다.
아홉살배기 손자와 단 둘이 살고 있는 김용녀(56)씨도 딱한 사정은 마찬가지. 3년간 계속된 명태잡이 흉년 때문에 빚이 불어나자 며느리가 가출했다. 배를 타던 아들마저 돈을 벌어오겠다면서 집을 나간 후 감감 무소식.
“숟가락 하나없이 손자를 어떻게 키워야 할 지 모르겠다”는 김씨는 “보상문제가 잘 해결돼 겨울이 오기 전에 들어갈 살 집이라도 구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예비신자 박연래(50)씨도 병석에 누워있는 남편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설악산 여관에서 주방일을 하다 이번 산불에 전재산을 잃었다. 밖에 나가 일을 하느라 집에 불이 붙은 줄도 몰랐다. 새벽 3시30분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20여시간 주방 일을 해서 일당 4만5000원을 받지만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의 치료비로 몽땅 들어간다. 박씨는 이번 부활절에 세례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본당 신부에게 양해를 구하고 계속 일을 나간다.
박씨는 “봄 가을에 수학여행단을 맞기 때문에 고생스러워도 수입은 크다”며 “뒤늦게 집에 도착해 가재도구를 꺼내려다 연기를 들이켜 목만 상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집이 잿더미가 된 줄도 모르고 집에 가자고 보채는 병석의 남편을 볼 때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피해주민들도 “4년전 고성 산불 이후 전복 성게 소라 등 어획고가 평균 70이상 줄었다”며 “살 집이야 다시 지으면 되지만 어장이 죽어가 큰 일”이라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거진읍과 유기적인 협조 속에서 산불 이재민들을 돕고 있는 거진본당(주임 최원석 신부)은 ‘천주교 복구 봉사단’을 조직 건축물 보수작업을 도울 계획이다. 가난한 시골 본당이라 재정적 지원은 엄두를 못내고 노력봉사로나마 피해 주민들의 아픔을 위로해야 할 처지다.
최원석 신부는 “이재민 대부분이 자립능력이 없는 영세한 노인들”이라며 “따뜻한 나눔과 위로가 절실하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도움주실 분:농협 327028―51―106334 거진 천주교회.【거진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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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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