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5일
본당/공동체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이땅에 평화-부활 축시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기쁨의 불을 놓게 하소서
이해인 수녀
당신이 아니 계신 절망의 시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뉘우쳐도 끝없는 죄의 어둠 속에
저희의 눈물은 바다가 되었습니다
바람과 먼지 속에
시간도 죽어 있던
빈 무덤을 지키며
당신을 기다려온 저희에게
흰 옷 입고 오시는 그리움의 승리자
기쁨의 절정 예수여

십자가의 길을
끝까지 따르지 못한 죄책감을
찔레가시처럼 품고 사는 이들의 슬픔도
용서하고 위로해 주십니까
믿음을 잃어 불안하고
사랑을 잃어 허무한
마음의 병을 깊이 앓는 사람들도
이제 더욱 가까이 불러주십니까

스스로 만든 절망의 무덤 속에
꼼짝 못하고 누워있는
당신의 백성들을 일으켜세워 주십시오
이기심으로 기쁨을 잃어버린 저희에게
다시 기뻐하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자주 헛된 것에 정신이 팔리는 저희에게
진리를 가르치는 스승으로
항상 가까이 계셔 주십시오

하늘과 땅과 사람들이
가장 큰 기쁨으로 손잡는 오늘
부활하신 당신 안에
새롭게 태어나는 저희의 이름 또한
새로운 기쁨입니다 이 기쁨을 키워 온 누리에
기쁨의 불을 놓게 하소서

고통의 세월 속에 잘 익은 사랑이
향유로 넘쳐 흐르는 옥합을 들고
오늘은 한 마음으로
당신 앞에 서 있는 우리
먼 길 오신 당신의 거룩한 발에 엎디어
겸허히 입맞춤 하고 싶습니다.

엄청난 감사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세상과 이웃을 향하여
큰 소리로 웃고 싶은 오늘
새천년의 문을 열고
설레이며 불러보는 당신의 이름은
영원으로 이어지는 희망입니다 이 희망을 키워 세상 끝까지
꺼지지 않는 불을 놓게 하소서

이제는 다시 살아야겠다고
부활의 종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는
새봄의 노래 생명의 노래
알렐루야 알렐루야

사랑으로 죽어서
사랑으로 살아오신 님이여
찬미 영광 받으소서
이제와 영원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2000. 4. 23. 부활절에

-이해인 수녀 약력
▲1945년 강원도 양구 출생 ▲필리핀 세인트 루이스 대학에서 영문학 전공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종교학 전공 ▲시집:‘민들레의 영토’ ‘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시간의 얼굴’ ▲기도시집:‘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시선집:‘사계절의 기도’ ‘다시 바다에서’ ‘민들레의 바다’(영문시선) ▲산문집:‘두레박’ ‘꽃삽’ ‘사랑할 땐 별이 되고’ ▲동시집:‘엄마와 분꽃’ ▲옮긴 책:‘따뜻한 손길’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 ▲‘여성동아대상’ ‘새싹문학상’ ‘부산여성문학상’ 수상. ▲현재 부산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 몸담고 있으며 부산가톨릭대 지산교정 출강중.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0-04-2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9. 5

잠언 3장 5-6절
네 마음을 다하여 주님을 신뢰하고 너의 예지에는 의지하지 마라. 어떠한 길을 걷든 그분을 알아 모셔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