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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새영세자의 감회-방배동본당 손대홍·남종현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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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와르도 글라라’ 서울 방배동에 사는 손대홍(39)·남종현(36)씨 부부가 부활을 앞두고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받은 새 이름이다.
기억조차 하기 싫은 고통스러웠던 시절. 새 생명으로 태어난 이제는 옛이야기가 됐다. 손씨 부부는 지금까지 생활해오면서 이렇게 기쁘고 행복했던 시절은 없었다고 말한다. 손씨 부부가 과거의 아픔을 딛고 새 생명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재구성해 본다.

4월10일 월요일

직장에서 부하 직원들이 손씨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졌다. 예전처럼 짜증을 내는 일도 적어졌고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직원들은 손씨가 이번 주말에 천주교회에서 세례를 받는다며 ‘자랑’을 한 탓에 종교를 가진다는 것을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사람이 바뀔 줄은 몰랐다.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사무실에 십자고상을 거는 ‘유별남’.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4월11일 화요일

4일 후에 세례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손씨는 십자가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다. 세례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기도다. 불과 6개월 전 만해도 손씨 가정은 엉망이었다. 손씨의 아버지는 수년전부터 신부전증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었고 아내는 알 수 없는 정신과 관련 질환으로 우울증에 시달렸다. 아내는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았지만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집에는 항상 침묵만 흘렀고 행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업을 하는 손씨는 직장과 가정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밖으로만 겉돌았고 3살난 딸은 할머니의 손에서 길러졌다. 그러나 세례를 받기 위해 부부가 함께 교리공부를 시작하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아내는 별다른 치료없이 기적적으로 병이 완쾌됐고 손씨도 이제는 가정적인 진정한 가장으로 돌아왔다. 교리는 이들 부부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게 해주었고 손씨는 지금 아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4월12일 수요일

퇴근을 하면서 운전중에 끼어들기를 하는 다른 차를 보고도 화를 내지 않았다. 손씨는 교리공부를 통해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겸연쩍게 피식 웃었다. 새 생명으로 태어나는 만큼 이제는 과거와 다른 삶을 살 것이라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밤늦게 성당에 갔다. 그동안 아내와 부모에게 잘못한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그래서 성모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하염없이 울었다. 죽음 직전까지 갔던 아버지를 다시 살려주신 은혜. 도저히 나을 것 같지 않았던 아내의 병을 고쳐주신 치유의 하느님. 무엇보다도 방탕하게 살며 삶의 가치관도 없이 헤매던 자신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알려주신 하느님. 손씨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내가 새 삶을 살아야 아내의 건강도 아버지의 건강도 가정의 행복도 돌아올 수 있다.’

4월13일 목요일

구약성서의 욥기를 읽었다. 아직 신앙이 일천한 탓에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고통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알 것 같다. 손씨는 영세를 위해 남다른 준비를 했다. 가톨릭 관련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고 하느님의 존재를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해 철학서적까지 읽었다. 출장다닐 때도 신앙서적을 늘 끼고 다닌다.
교리를 받기 시작하면서 사업도 순탄하게 풀려갔다. 그러나 손씨는 이를 기복적인 신앙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언제나 욥처럼 하느님의 시험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성실히 하느님만을 따르며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4월14일 금요일

아내와 함께 성당에서 세례식 예행연습을 했다. 옛 친구가 대부를 자청하고 나섰다. 손씨가 세례를 받게 된 것은 이제는 영적인 아버지가 된 이 친구의 영향이 컸다. 6개월 전 친구에게 자신의 가정 사정을 털어놓자 친구는 영세를 권했다. 친구를 따라 나온 성당. 손씨는 그 첫걸음이 자신에게 이런 행복을 가져다 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는 모든 것이 행복하기만 하다. 걱정이 아무것도 없다. 하느님이 함께하신다는 생각에 매사에 자신감이 넘친다. 친구는 손씨에게 “수십년간 신앙생활을 한 사람같다”며 손씨의 신앙심을 칭찬하지만 손씨 스스로는 아직도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4월15일 토요일

세례를 받았다. 지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을 용서받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손씨 부부는 눈물을 흘렸다. 차가운 물이 머리를 타고 흘러 내리는 순간 지난날의 삶이 순간적으로 스치고 지나갔고 하느님의 뜨거운 은총을 느끼는 체험을 했다.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 주었다. 애타게 기다려온 부활의 새 새명. 이제부터는 자신있다. 하느님 안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자신감. 손씨 부부는 새 생명의 기쁨에 모처럼 느끼는 가정의 행복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날 방배동성당에서 손씨 부부처럼 새 생명으로 태어난 이는 모두 219명.

4월16일 일요일

새벽미사를 봉헌했다. 처음에는 엄숙하고 어색하게만 느껴졌던 성당이 이제는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주님께서 베푸시는 성찬때 늘 손님이었으나 이제는 자신있게 남들처럼 앞으로 나가 성체를 받아 모실 수 있다. 성당 사무실에 가서 교무금도 책정했다. 앞으로 레지오 활동을 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봉사활동도 할 것을 다짐했다.
손씨 부부는 이날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모처럼 외식을 했다. 함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유난히 가벼웠다. 【우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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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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