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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따뜻한 사랑과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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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타 할머니에게서 사람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느낀다. 겨울에 세상을 떠나신 할아버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 아니 너무나도 어리석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혼자서 농사를 짓는 할머니는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평생을 낚시만을 낙으로 삼고 사신 할아버지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소고기국 우유 막걸리를 대접해 드리셨단다. 아마 보통의 할머니라면 집을 나가셨을 것 같다. 늘 웃으시며 참 기쁘게 사시는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할아버지가 그러셨단다.

“할멈 다리도 아픈데 항상 혼자만 고생이 많네. 참말로 미안하네. 나는 당신께 죄가 많은 사람이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뒤 할머니께 여쭈어 보았다. “할머니 왜 할아버지께 그토록 잘 하셨어요. 야속하고 밉지도 않으셨어요.” “신부님 예수님도 무조건 사람을 사랑하시면서 살았다 생각해요.”

정년 퇴임하신 한 할아버지. 할머니를 따뜻하게 보살피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예수님을 만난다. 온몸을 덜덜 떠시는 할머니의 병환 때문에 할아버지는 늘 고생하신다. 그래도 늘 할아버지는 “사실은 나도 환자예요. 그런데 중환자가 딱 버티고 있으니 아플 사이가 없어요. 소환자가 중환자를 잘 보살펴야죠”고 말씀하신다.

손수 밥을 차리시고 모든 집안일을 맡아 하시면서도 할아버지는 밝게 웃으신다. 책을 열심히 보시는 할아버지는 요즈음 걸어다니기조차 힘들다고 하신다. 신자가 아닌 할아버지의 예수님 사랑. 할머니에게 성서를 읽어주고 기도문을 외어주고 십자성호를 그어주고 예수님 성모님의 이름을 불러주고 계신다.

1961년 5월 세례기념으로 받으셨다는 교황 요한 23세의 낡은 사진을 나에게 주신 할머니. 세례 이후 평일미사에 단 하루도 빠지지 않으셨다는 할머니. “신부님 이 늙은이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교황 요한 23세처럼 늘 새로워지는 마음으로 사셨으면 좋겠어요.”

나는 이런 글귀를 삶의 묵상으로 삼는다.

“돈을 너무 따르면 돈의 노예가 되고 세력에 의지하면 도리어 재화가 따르고 아껴쓰지 않으면 집안이 결국 망하느니라.” 부활 축제의 날에 돈 권력 소비라는 우상 앞에서 교회와 우리는 지금 얼마나 자유로운가 깊이 성찰하고 참회하고 고백하자.

사목 그것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배려에서 출발해야 한다. 교회와 사제들의 끊임없는 자기쇄신과 따뜻한 인간미가 대희년을 여는 아침 햇살이 되길 기원한다. 흙 냄새 사람 냄새 예수님 사랑을 좋아하는 사람들아 오늘을 기뻐하자 춤들을 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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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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