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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의 반대 무릅쓰고 미혼모 자청한 이마리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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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한 코에 까르르 웃는 해맑은 눈망울…. “이렇게 예쁜 애기 어디서 봤어요?” 한마디 한마디에 사랑이 뚝뚝 흐른다. 태어난 지 이제 불과 81일. 요즘엔 밤낮이 바뀌어 아녜스는 한밤중이 되어도 계속 보채기만 한다. 그래도 첫아이를 본 엄마 이 마리아(25·가명)씨는 아녜스가 사랑스럽고 ‘이뻐’죽겠다는 표정이다. “바로 어젠 ‘엄마’하면서 울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아니라고 하겠지만 제가 듣기엔 분명히 ‘엄마’를 부르며 울었어요.”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 미혼모 쉼터인 ‘성심 어머니의 집’. 쉼터 한켠에 새로 지은 예쁜 목조가옥에서 만난 이씨는 한결 ‘편안한’ 기색이다. ‘미혼모’란 족쇄에 매어 있던 1년여를 생각하면 격세지감. 이제 그녀는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개인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던 이씨가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된 것은 지난해 3월말. ‘이상하다’싶어 찾아간 병원에서 3차례에 걸친 검사 끝에 임신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아이를 낳지 말라고 강권당했던 생각하기조차 싫은 경험….
“순간적으로 머리 속에서 아기가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이 슬라이드처럼 지나가더군요. 남들이 들으면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굉장히 기뻤어요. 9∼10주가 되니까 병원에서 초음파로 아기를 보여주는데 너무 감격했습니다. 아이를 낳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고민해 본 적은 없어요. ”
그러나 이씨가 겪어야 했던 고통의 세월은 그 때부터가 시작이었다. ‘미혼모’라는 굴레가 씌워졌고 주위의 반대는 결사적이었다. 특히 가족들의 반대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을 정도. “엄마의 반대가 가장 심했어요. 8개월이 될 때까지 포기를 하지 않으셨죠. 언젠가는 억지로 차에 태워 병원에 데려가려 하기도 했고 나중엔 국에 수면제를 넣어 잠을 재워 병원에 데려가려고 했다고 하시더군요.”
주위의 반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그녀의 생각은 굳어져만 갔다. 마지막 선택은 ‘성심 어머니의 집’에 들어가는 것. 지난해 10월 이 쉼터에 들어가면서 마음은 다소 안정됐다. 이때부터 태교를 생각하고 아이를 위해 기도하며 새로운 생명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에 젖어들었다.

아녜스를 낳은 건 지난 1월22일. 체중 3.0kg에 모두 정상. 아이의 아빠가 없다는 아니 아빠가 함께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그녀는 모든 게 축복이었다. 가끔 분유값이 없어 은인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최저 생계만 해결하지만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이니 주님께서 도와주시리라는 믿음만은 확고하다.

“행복했어요. 내 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하느님의 은혜였어요. 지금은 마음도 상당히 안정돼 있어요. (미혼모라는) 사실은 분명히 인정해야 하겠지만 남편이 있는 가정도 불행한 경우도 많잖아요? 엄마가 혼자서 키우니까 어려운 점은 많겠지만 잘 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은 있어요. ”
사순시기를 거쳐 부활을 맞는 그녀의 심경은 그래서 더 각별하기만 하다. 엄청난 핍박을 받으면서 새 생명으로 태어난 아녜스. 이제 그녀는 부활의 신비를 더욱 깊이 묵상하며 새로운 삶을 향해 발걸음을 떼어 놓는다. 그 첫걸음이 분가. 지난 2월 친정에서 분가해 호적을 정리한 그녀는 가끔 아녜스와 함께 등재된 호적등본을 보며 안타까움과 함께 앞날에 대한 희망과 두려움을 떠올린다.
“많이 도와주세요. 도와준다는 건 다른 게 아니고 ‘아빠가 없다’고 편견만 갖지 않으시면 돼요. ‘똑같이’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일곱달째 그녀와 함께 해온 성심 어머니의 집 책임자 신성영(예수성심전교수녀회) 수녀의 말. “아녜스가 조금만 아파도 (마리아는) 바들바들 떨어요. 그럴 때는 마리아가 간호사였나 싶을 정도예요. 아이가 조금도 숨을 못 쉬는 양 힘들어 하는 모습이 바로 어머니의 모성이 아니겠어요? 다들 용기를 갖고 쉼터를 떠납니다. 마리아도 잘 할 거라고 믿어요.

성심 어머니의 집 근처에 방을 얻어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는 그녀는 사회복지 그 중에서도 미혼모시설에서 일할 꿈을 키우고 있다. “이젠 음지에서 폐쇄적으로 살아가는 미혼모들을 위해 살고 싶어요. 제가 미혼모였으니까 더 잘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바로 수녀님들처럼요.”【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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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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