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희망이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성모병원 1309호에 입원하고 있는 송은아(33·요세피나)씨.
그에게는 비(非)혈연간 골수(조혈모세포) 이식만이 생존의 유일한 희망이다. 가족과 친지들이 모두 나서서 조혈모세포조직(HLA) 검사를 했으나 그에게 맞는 조직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모든 조혈모세포 정보은행을 비롯해 일본 대만에까지 알아봤으나 그 어느 곳에도 그에게 맞는 조혈모세포조직은 없었다. 좌절의 골은 깊을 대로 깊어졌다. 이제 송씨는 조혈모세포조직 정보를 등록하는 사람이 늘어나길 기다리는 도리밖에 없다.
“이런 고통이 우리 가족에게 찾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아내는 지금 당장 골수 이식을 받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새로 골수 기증 의사를 밝히는 사람 중에 아내의 조직과 일치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대전에서 한 정부기관에 근무하는 남편 남창호(베드로)씨는 아내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남씨는 4년 전 미국 입양아인 성덕 바우만군이 당시 국내에서 활발히 일어난 골수 기증운동을 통해 다시 살아났듯이 아내도 분명히 국내에 조혈모세포조직이 일치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버리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골수 기증운동에 동참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 꼭 기증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내를 살려내고자 하는 한 남편의 바람은 어느덧 간절한 애원으로 바뀌었다.
단란하던 송씨의 가정에 고통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지난해 여름. 갑작스런 복통으로 인근 개인 병원을 찾은 송씨는 종합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받으라는 의사의 권유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대전 성모병원에서 종합진단 결과 ‘골수이형성 증후군’이라는 뜻하지 않은 병명이 드러났고 그 길로 서울의 성모병원에 입원했다. 아무런 걱정 없이 행복한 삶을 이어가던 송씨 가족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였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다음이었다. 송씨와 동일한 조혈모세포조직을 가진 사람이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외 어디를 뒤져봐도 송씨와 조혈모세포조직이 일치하는 사례가 없자 가족 모두가 나섰다. 송씨의 친척들은 요즘 아는 사람을 만나면 조혈모세포 조직 검사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일상 생활이 됐다. 최근에는 대전 전민동본당에 요청해 많은 신자들이 골수기증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가족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송씨의 건강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급성골수성 백혈병이라는 아주 위험한 상황으로 병이 진전된 상태다. 병원측은 이젠 혈액형이 틀리더라도 당장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송씨가 조용하고 온화한 성격으로 살림밖에 할 줄 모르던 착한 신앙인이라고 말한다. 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딸의 엄마다.
“그동안 신앙생활을 충실히 못한 것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 남편 남씨는 아내가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했다.
부활을 맞아 모두가 새 생명의 희망을 노래하는 요즘 서서히 꺼져가고 있는 송씨에게 생명의 불씨를 지펴줄 신앙인들의 나눔이 아쉽다.
조혈모세포조직 검사는 간단한 피검사로 가능하며 18세에서 40세까지의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나 타인에게 기증할 수 있다. 문의:가톨릭 조혈모세포 은행 (02)590―1149.【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