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과월절 음식을 들고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다락방에서 나는 그 날 저녁에 이곳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회상하면서 여러분에게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날 밤의 신비를 끊임없이 새롭게 묵상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시는 말씀을 하신 이곳에서 나는 사제들에게 우리가 받은 ‘은사’와 ‘신비’를 재발견할 것을 권고합니다. 모든 하느님 백성은 세례로써 이 사제직에 참여합니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세례받은 모든 이들이 참여하는 사제직 외에 또 다른 특수한 사제직이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이 사제직은 첫 번째의 사제직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지만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이 다락방에서 당신의 몸을 먹고 당신의 피를 마시라고 내어주심으로써 골고타에서 당신이 하실 일에 관한 가장 깊은 진리를 선포하셨습니다. 성체성사의 빵 안에 십자가에 봉헌된 그분의 몸이 현존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그분의 죽음과 부활을 선포하고 거행하는 성체성사의 신비는 교회생활의 심장입니다. 사제들에게 그것은 또한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성체성사는 사제직무의 중심에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의 직무는 성체성사 거행에만 국한되지 않고 말씀의 선포와 성사를 통한 신자들의 성화 그리고 친교와 봉사 안에서 하느님 백성을 인도하는 일까지 포함합니다. 그러나 성체성사는 다른 모든 것들이 나오고 또 그리로 돌아가는 핵심입니다. 우리의 사제직은 다락방에서 성체성사와 함께 탄생했습니다.
성목요일의 큰 은사에 충실하십시오. 항상 열정을 가지고 거룩한 성체성사를 거행하십시오. 수세기를 통하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제들이 성체성사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마지막 만찬 때에 주신 위안과 고독을 극복하는 비밀 고난을 견디어내는 힘 그리고 충실히 머무르겠다는 결심을 굳히도록 해주는 내적인 힘을 발견했습니다.
성체성사의 빛 안에서 우리의 사제직을 다시 발견합시다. 매일 거행되는 거룩한 미사에서 그리고 특별히 주일 집회에서 우리 공동체들이 이 보화를 다시 발견하도록 도움을 줍시다. 여러분의 사도적 노동을 통해서 성체성사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이 더욱 굳세어지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