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은 교황청이 정한 ‘이민·난민들의 대희년’이다. 세계 곳곳의 망명자와 난민 이주민 외국인 노동자와 불법 체류자들에게 희년을 선포하고 복음에 바탕을 둔 형제적 삶 속에서 이들을 받아들이며 모든 나라가 이민 난민들의 기본권을 인정하고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도록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이민·난민들의 대희년’을 맞아 난민지위도 보장받지 못한 채 제3국을 떠도는 탈북 주민들과 국내 조선족의 문제를 조명해 본다. 편집자
박아무개씨(53)는 한국에 들어온 지 3년된 조선족 노동자다. 경기도 양주군의 한 의류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박씨의 삶은 최빈민층의 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면 점심시간 30분을 제외하고 13시간이 넘는 작업에도 임금은 국내 노동자들보다 훨씬 적으며 40대의 나이 어린 작업반장으로부터 욕설과 모욕을 당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박씨는 억울해도 하소연 할 곳이 없다. 불법체류자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중국으로 쫓겨날 경우 엄청난 빚을 갚을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박씨는 무슨 일이 있어도 빚도 갚고 돈도 많이 벌어야 한다.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조선족은 13만5000여명(지난해말 기준). 이들 중 절반 이상인 7만여명이 불법체류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이들은 임금체불 폭언 폭행 비인간적인 대우로 인간의 기본권마저 무시당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에서는 평생을 벌어도 모으기 힘든 비용을 들여 한국에 온다. 일부는 밀입국을 시도하다 실종 또는 사망하고 일단 한국땅을 밟더라도 상상하지 못했던 차별과 냉대 속에 생활하게 된다.
또 지난해 12월 발효된 ‘재외동포법’에서 중국동포가 동포의 범주와 혜택에서 제외시됨으로써 국내 조선족들은 더 이상 어떠한 권리도 갖지 못하게 됐다. 분노한 국내 조선족들은 ‘동포차별’ ‘가난한 동포는 동포도 아니냐’는 울분섞인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의 울분도 잠시 대부분 한국체류 조선족들은 재외동포법 적용대상에 넣어달라는 요구보다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라는 굴레만이라도 벗어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인간 이하의 온갖 차별대우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탈북주민 문제 또한 심각하다. 불교의 탈북지원단체인 ‘좋은 벗들’에 따르면 빈곤과 기아를 견디다 못해 중국을 떠돌며 비인간적인 삶을 살고 있는 탈북주민은 30여만명에 이르고 있다.
탈북주민들은 혼인을 하거나 친인척이 있는 경우는 집안일을 도우며 생활하고 있지만 일을 하더라도 생명을 연장하는 데 그치는 아무런 희망도 없는 극빈층의 삶을 살고 있다.
또 중국 공안당국이 최근 몇 년간 북한에 송환한 탈북주민은 국경지역의 각 시·군별로 매달 70∼80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이 남한으로 탈출을 기도한 반역자로 몰려 매달 10여명이 처형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평화인권난민지원센터 (사)좋은 벗들 김정님 조사연구부장은 또 “최근 들어 탈북자들은 당장 먹을 것을 찾기보다는 장기체류를 하고 있어 탈북자들의 수는 갈수록 늘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국내 조선족문제나 중국의 탈북주민문제가 지역만 달리했지 어차피 억압받고 고통받는 우리 민족 전체의 문제”라며 “정부는 민족적인 관점에서 이들 문제에 대한 합당한 해법을 마련해야 하며 종교계를 비롯한 민간단체 또한 문제의 공론화는 물론 소외된 동포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임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