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기의 문턱에서도 인류는 활발한 이동현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자발적 이민이든 전쟁 등으로 인한 난민이든 복잡한 양상을 띠며 전개되고 있다. 유엔고등난민판무관실(UNHCR)에 따르면 97년말 현재 전세계 난민은 1197만55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아시아가 473만300여명으로 가장 많고 아프리카가 348만1700명 유럽이 294만700명 북미가 66만8500명 남미와 카리브 국가들이 8만3200명 오세아니아가 7만110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볼 때 전체 이주 인구(이주노동자와 난민)는 이미 1억명을 넘어섰다는 것이 난민단체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이민·난민들의 전세계적 이주가 벌어지게 된 것은 자유주의적 질서 안에서 자본의 흐름과 상품·용역의 교류로 인한 세계화가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를 잡게 되고 전쟁과 인종차별 종교분쟁 국적 정치적 견해 등으로 인한 차별과 박해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빵과 존엄과 평화’를 보장해줄 새 땅을 찾는 이민·난민들의 대열은 계속해서 늘고 있고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과제는 연대를 통한 세계화와 소외없는 세계화 보장”(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백주년’ 제3항)이 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 1월23일 제86차 세계 이민의 날 담화를 통해 교회는 조국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과 강제로 헤어지게 된 가족들 오늘날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그 어느 곳에서도 안정된 가정을 꾸릴 수 없는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을 듣는다”면서 이민·난민들과 관련돼 국수주의적 태도를 버리고 이들의 통합을 장려하는 국가를 만들어 나갈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렇다면 현대의 이주민 난민들에게는 어떤 사목적 배려가 필요할까. 현재 난민의 대다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슬람교도들이 많다. 따라서 가톨릭교회도 종교와 교파를 초월해 인권과 평화 정의 발전을 연결하는 교회의 가르침을 토대로 이민에 관한 공공정책 형성과정에 참여하고 다원적 문화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80년대 말부터 필리핀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으로부터 노동자들이 들어오면서 90년대에는 이들의 기본적 인권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 조선족 동포들의 문제와 식량난으로 북한을 탈출하여 떠돌고 있는 탈북 주민들의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정도로 심각하다.
이들의 생존권과 인간다운 삶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당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노력을 촉구하는 것도 우리 교회가 수행해야 할 예언자적 사명이다. 나아가 교회는 국내외의 인권·시민사회 단체들과 함께 이들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일에도 더욱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주님의 은총의 해’(루가 4 18)를 선포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가장 보잘 것 없는 이들과 버림받은 사람들 외국인들을 새로운 형제 공동체 안에 맞아들일 것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이민·난민들의 대희년’의 날을 맞으며 이민·난민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사회에서 이들과의 진지한 ‘대화’를 발전시켜 함께 공존하는 ‘사랑의 문화’를 건설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오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