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가 끝난 지 35년째에 들어서고 있다. 바티칸공의회가 끝나면서 종교의 자유 종교간 대화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내세웠을 때 가톨릭교회 일부에서는 이제 선교는 개인의 종교자유를 침해하고 그리스도 신앙과 다른 신앙을 지닌 종교인들과 가톨릭 신앙과 다른 신앙을 지닌 그리스도인들이 가톨릭교회로 개종하는 것은 공의회의 정신에 어긋나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을 지니게 하였고 종교무분별주의로 이끄는 결과를 갖고 올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는 가톨릭교회가 다른 종교들에 대한 불관용의 비난에서 벗어나 종교관용의 원칙을 제시하는 것이고 종교간 대화는 다른 종교들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존중하는 것으로서 이는 가톨릭교회의 토착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으며 그리스도인의 일치 자세는 교파주의 다툼을 진정시키고 반(反)종교개혁에 끝을 맺게 한다. 이처럼 바티칸공의회가 내세운 종교의 자유 종교간 대화 그리스도인의 일치는 선교활동을 저해하거나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종교 사이에 또는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상호이해와 우호관계를 지향하게 하였다.
이처럼 가톨릭교회가 다른 종교 교회들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동기는 하느님 아버지와 그분이 세상에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찾게 된다. 사람은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되었기에(창세 1 26) 전(全)인류는 하느님 안에 기원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공통된 기원에 바탕을 둔 하나의 가족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 인류의 일치는 하느님께서 처음부터 바라시는 뜻이다. 그리고 만인의 구원을 위해서 세상에 파견되신 예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셨다. 그분은 유다인 어머니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셨지만 이방인(異邦人)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를 나누셨고(요한 4 41―42) 이방인들에게 기적의 치유를 베풀어주셨다(마르 7 24―30;마태 15 21―28). 아울러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앞에서 이렇게 기도하셨다. “아버지 저는 그들(제자들)을 위해서만 청하지 않고 그들의 말로 저를 믿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청합니다.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소서”(요한 17 20―21). 따라서 종교간대화와 교회일치는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하느님 아버지와 예수님의 원의에 기쁜 마음으로 충실하게 응답하려는 태도다.
종교간 대화
바티칸공의회는 ‘비(非)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을 통해서 종교들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인간의 마음을 번민케 하는 인생의 숨은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여러 종류의 종교에서 찾고 있다”(‘비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 제1항). 이어서 이 문헌은 다른 종교들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긍정적 자세를 밝히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다른 종교들에서 발견되는 옳고 성스러운 것은 아무것도 배척하지 않으며 그들의 생활과 행동의 양식과 규율과 교리도 거짓 없는 존경심을 갖고 살펴본다. 그러므로 다른 종교 신봉자들과 함께 지혜와 사랑으로 서로 대화하고 서로 협조하면서 그리스도교적 신앙과 생활을 증거하고 그들 안에서 발견되는 정신적 선과 윤리적 선 그리고 사회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고 발전시키기를 권하는 바다”(제2항). 이로써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께서 로마제국 백인대장의 믿음에 감탄하셨듯이(마태 8 5―13) 다른 종교인들의 개인적 신앙생활과 그들의 종교가 지니고 있는 긍정적 가치를 인정하고 사회정의의 구현 도덕정신의 함양 민족화해의 실현과 같은 공동선을 위해 서로 협력할 것임을 알게 된다.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는 종교간 대화는 “종교다원주의 맥락에서 진리에 순응하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서로 다른 믿음을 가진 개인이나 공동체들이 서로 알고 서로에게 많은 것을 얻고 배우기 위한 종교 사이의 긍정적 건설적 관계의 총체”(‘대화와 선포’ 제3항)라고 정의하면서 “대화에 임할 때 양편 모두 서로가 지니고 있는 종교적 신념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간 대화의 진실성은 서로가 상대방의 신앙에 대해 온전한 자세를 지닐 것을 요구한다”(‘대화와 선포’ 제48항)고 설명하고 있다. 이 평의회는 그리스도인들과 다른 종교인들이 이웃사랑의 정신으로 살려고 힘쓰면서 서로의 기쁨과 슬픔과 같은 인간적 관심사를 함께 나누며(삶의 대화) 인류에 봉사하기 위해 협력할 뿐만 아니라(활동의 대화) 종교 전문가들은 각자의 종교적 유산에 대해 이해를 높이고 쌍방 종교의 영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려고 노력하도록(신학의 대화) 권장하고 있다(‘대화와 선포’ 제42항).
교회일치
가톨릭교회의 쇄신과 함께 그리스도인 일치를 목표로 소집된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개신교 대표들을 초대하였다. 이 참관인들은 단순히 참석만 한 것이 아니라 공의회 교부들과 함께 토의하면서 그들의 견해를 제시하였다. 교황 바오로 6세께서는 공의회 제2회기 개막식 연설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에게 분열의 책임이 있다면 우리 가톨릭교회는 하느님뿐만 아니라 우리한테서 상처를 받았다고 느끼는 갈라진 형제들에게도 용서를 청합니다. 우리편에서 가톨릭교회가 받은 피해를 즐거운 마음으로 용서하고 오랜 기간의 분쟁을 통해 받은 고통을 잊겠습니다. 따라서 하느님께서 우리의 이러한 선언을 받아주시고 우리 모두가 참다운 형제적 평화를 되찾도록 해주셨으면 합니다”(‘교황청 관보’ 제55권 1963년). 교회일치에 관한 교령도 많은 단체들이 가톨릭교회와 완전한 일치에서 갈라졌거나 때로는 양쪽 사람들에게 잘못이 있으며 더욱이 종교개혁시대 이후에 태어나서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에게 분열의 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선언하였다(제3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개신교 지도자들이 카메룬(Cameroon) 교회일치모임에서 발표한 성명을 잊지 않고 계신다. “우리는 우리가 분열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른다”(‘희망의 문턱에 서서’ 제160항).
바티칸공의회는 갈라진 형제들과의 관계를 어렵게 하는 언행을 피할 것을 촉구하면서 형제적 사랑과 존경을 표시하는 자세를 갖추도록 권고하고 있다. 교회일치에 관한 교령은 그리스도교들 사이에 존속하고 있는 교리와 규율 그리고 교계의 차이점을 지적하면서도 갈라진 형제들이 지닌 보화들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일치될 수 있는 요소들을 열거하면서 가톨릭교회와 다시 결합될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교회일치는 “우리의 갈라진 형제들 사이에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재건하려는 운동”(‘일치 운동에 관한 교령’ 제1항)이라고 정의하였다. 이러한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재건하려는 노력이 완전한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씀대로 신앙교리가 합치되어야 한다. 그래서 가톨릭교회와 갈라진 교회들과 국제적 모임을 구성하여 전문가들이 협동의 정신으로 신학대화를 나누면서 공동보고서와 공동 신앙선언을 발표하여 긍정적 결실을 거두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신학적 이해 안에서 일치의 가능성에 대한 근거들이 제시되고 있고 이는 신학대화의 결과라고 말씀하셨다(가톨릭 주교회의 산하 교회일치위원회 담당 주교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