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차례로 씻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예수님은 우리가 희망하는 신부 수도자 신자의 향기가 아닐까? 지금 섬김의 사순절을 살고 있다. 만일 이 기간동안 연중행사 의무감 교회법 알맹이 없는 껍데기에 머문다면 소중한 보물을 잃고 말 것이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한 묵상과 실천의 시간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그 사람에게 사랑을 베푼 사람입니다.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재의 수요일 사순절의 문을 열며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자! 이웃에게 세배합시다!”라고 약속했다. 부임 후 모아온 동전 저금통을 비워 어린이들부터 어르신들에게 나누어 준 2000원과 성서말씀이 담긴 사순절 선물을 드리며 “2000원 신부의 사랑을 예수님의 사랑으로 변화시켜 도움이 필요한 이웃과 나누십시오”라고 말씀드렸다. 2000원 작은 사랑이 신자들 속에서 예수님의 큰 사랑이 되어 그후 신자들과 함께 음식바자회를 열어 이동목욕차량을 마련하는 축복을 받았으니 지금은 시골길을 오가며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몸으로 사랑을 표현하며 산다. 올해도 저금통을 털어 500원씩 넣어 피카츄 인형을 선물했다.
“내가 왜 지금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는지 알겠느냐?” 제자들에게 보이신 예수님의 사랑 세족례를 거행하기 위해 우리 본당은 사목회 임원 구역장 단체장 중에서 열두 제자를 선발한다. 보통 신자들이 열두 제자에 선택되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우리 본당은 남녀노소 구별없이 전신자가 열두 제자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한다.
“스승이며 주인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 흙 묻은 어머니 발 보들보들한 꼬맹이 발 농사일에 찌들려 발톱이 갈라진 아버지 발 살아온 인생을 말하는 늙은 발 60여명 교우들의 발을 씻어드리며 발 속에 담긴 행복과 불행 사랑과 미움 기쁨과 고통을 함께 한다. 이런 발들을 볼 줄 아는 눈과 마음 이해 아낌 사랑이 곧 교회와 사제의 선교가 아닐까.
선교본당 나에겐 첫사랑이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의 우선적인 선택은 참 다행스럽고 아름다운 일이다. 시골 공소가 살아야 한국교회가 산다. 선교본당은 희망의 첫걸음이다.
“교회와 사제가 서있어야 할 선교의 자리는 어딜까?” 큰 빚더미 감당하기 힘든 십자가를 짊어질 위기에 서있는 축산농가 어머니 말씀이다. “신부님 이젠 뭘 해먹고 살지요?” 이곳이 교회와 사제가 서있어야 할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