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머니께 고백합니다. 처녀시절 수녀원 가시려다 할아버지께 멱살잡히고 아버지 만나셨다는 어머니. 아들이 제단에서 첫미사 봉헌할 때 평생 소원과 기도를 주님께서 이루어주셨다며 기쁨의 눈물 흘리시던 모습 기억나요. 여름날 당신 키보다 더 큰 담배 밭에서 묵주의 기도를 바치시는 어머니. 아들 삶 속에 살고 계십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서품 때 제단에 엎드려 주님께 드렸던 맹세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아들 걱정과 사랑의 무게 때문에 머리가 하늘 향하지 않고 땅 향해 계시는 내 사랑 어머니. “아들 신부 엄마 부탁이 있어요. 죽는 날까지 착한 신부로 살아줘요.”
오수에서 3년 가까이 살고 있답니다. 어머니 같은 꼬부랑 할머니들이 참 좋아요. 이야기 나눌 때 막걸리 소주 마실 때 팔짱 끼고 길을 걸을 때 참 기뻐하십니다. 하늘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꼬부랑 할머니 지팡이가 친구래요. 딸네 집 가셔서 계시다 오셨는데 찾아가뵈니 참 행복해 하셨어요. “아이고 신부님 죽을 뻔했어요. 미사가고 싶어서 신부님 보고 싶어서 병이 날 것 같아 후딱 왔어요.”
어머니 사제는 이런 분들에게 아들·딸 노릇 잘 하고 기쁨과 힘이 될 때 아름답지요? 어머니 몸이 불편하신 할아버지 할머니 찾아가 목욕시켜 드리는 일 잘 하고 있어요. 목욕 후 밝게 웃으시는 어르신들 뵈면 자주 와야 하는데 아쉬움이 많습니다. 작은 본당이 아름다워요. 작은 사람들이 교회다워요. 사람 중심의 활동이 참 소중해요.
우리 성당은 하느님께 이런 약속을 하며 살아간답니다.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말씀을 맛들이고 실천하며 가정과 교회 안에 사랑을 심고 하느님을 정성껏 섬기는 공동체!”
어머니 헨리 나우엔 신부님 고백을 사목의 방향으로 삼았습니다. “생각으로만 가득 찬 사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반대로 안이 비어야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자리가 있게 된다. 사제는 많이 울어야 한다. 그래야 울고 싶은 사람들이 사제에게 올 수 있다. 사제는 더 많은 기쁨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사제와 함께 기뻐할 수 있다. 사제는 자기 삶 안에 빈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그 자리에 들어와서 편히 쉴 수 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김봉술 신부(전주교구 오수선교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