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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보령 대천동본당 딸 부잣집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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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 뒤치다꺼리에 살림살이하느라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40∼50대의 ‘보통 엄마들’. 특별할 게 없는 신자 주부들이 이색적인 모임을 만들어 아기자기하게 꾸려가고 있다.
자녀 중에 아들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결코 입회할 수 없는 이른바 ‘딸 부잣집 엄마들’.
“저희는 딸을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눈치를 보아야 했던 세대입니다. 그래서 더 일체감을 가질 수 있었던 거지요. 이제는 한 가족이나 다름없습니다.”
충남 보령 대천동본당 소속의 보통 아줌마 9명. 1년 전 ‘딸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회장은 딸을 4명씩이나 둔 민경년(54·도미니카)씨.
“딸만 있는 가정의 가장 큰 장점은 화목한 분위기입니다. 남편이 가정적인 것도 딸들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해요.”
아줌마들의 딸 자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들이 아무리 많아도 아빠 엄마의 생일과 결혼 기념일을 챙겨주는 데에는 딸을 당하지 못한다. 학교나 밖에서 일어난 일들을 꼬치꼬치 ‘보고’하며 집안에 웃음꽃을 피우는 것도 딸이다.

이들이 아들을 낳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혜연(25)·남경(22) 두 딸을 둔 한영순(50·보니파시아)씨의 경우 남편이 3대 독자라 집안에서 압력이 만만치 않았다.

“아들을 낳으려고 했지만 그게 제 마음처럼 되나요. 자녀는 소유물이 아니라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아들에 대한 집착이 사라졌습니다.”
병원에서 남편이 독자라는 사실을 알고 3번이나 낙태를 권유했지만 한씨는 그때마다 고개를 저었다. 하느님의 선물인 생명을 인간이 마음대로 손댈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들이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들을 원하는 주위 친지들의 무언의 압력이었다. 아기를 낳고 보면 또 딸일 때는 무슨 큰 죄를 지은 것처럼 위축되는 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 모임을 결성하면서부터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살고 있다.

딸 부잣집 특유의 화목한 분위기 때문인지 이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없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살다보니 레지오와 연령회 활동 미사해설 성물방 봉사 등 본당의 궂은 일에는 모두 ‘척척박사’가 되었다. 정기적으로 사회복지시설을 찾아가 빨래방과 주방을 한바탕 깨끗하게 치우고 돌아오는 것도 이들의 즐거움이다.
자녀를 더 낳을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재미있는 대답이 나왔다.
“아들을 낳으면 이 모임에서 탈퇴해야 하는데 그럴 순 없지요. 딸만 줄줄이 낳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보령 〓우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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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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