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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하늘과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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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레사는 96년 10월에 이 세상에 왔다가 22개월을 살고 천국으로 떠난 우리 수녀님의 조카다. 선천적으로 무엇이든 빨아먹지를 못하는 데레사를 처음 본 것은 97년 3월이었다. 특별히 우리 수녀님의 조카여서 마음이 더 간 것은 사실이었다. 계속 산소가 필요했고 또 기도가 막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시설만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데레사의 부모는 웬만한 의료기구를 데레사 개인 것으로 마련하였다.

보통 오랜 병원생활에서는 병실이 지저분하기 마련인데 데레사 엄마는 달랐다. 항상 정리하고 돌보아서 방문 때마다 늘 우리의 기분이 신선했다. 어쨌든 안타까운 마음으로 데레사와 함께 있을텐데도 마치 안락한 당신 안방에서 두 모녀가 놀면서 즐기듯해서 눈으로 사랑을 읽을 수 있었다. 흡입기를 소독하여 목에 있는 불순물을 제거해 줄 때나 튜브로 음식을 먹일 때는 더욱 그러했다. 중환자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숨이 넘어갈 듯한 절박한 순간에도 힘들어 하는 데레사의 작은 가슴을 밤새도록 두드리던 모습이란 사실 데레사가 첫딸이고 보면 아가씨 같은 엄마로서 바다같은 그 모성을 어디에서 배웠을까 싶었다.

그 옆자리에는 데레사보다는 두어살 위인 루치아가 혈소판 감소증으로 입원해 있었다. 루치아는 데레사와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보기에도 사정이 딱해 데레사의 엄마가 우리 수녀님에게 도움을 좀 줄 수 없겠느냐고 하면서 들려준 얘기는 이러했다.

루치아 엄마가 친정을 간 어느날 루치아의 아빠되는 사람이 돈이 될만한 것은 모두 팔아서 잠적을 해버렸단다.

루치아의 엄마는 가난한 농가 출신으로 공장생활을 하면서도 통신고등학교를 마쳤고 바로 결혼을 했기 때문에 20대 중반도 안되었다. 외모도 왜소하기 그지없어 마치 십대처럼 보인다. 잘 살아보려고 루치아도 친정에 맡기고 맞벌이를 했는데 이제 모든 것은 사라지고 딸아이는 어려운 병에 걸린 것이다. 루치아의 아빠는 고모를 통해 루치아의 아픈 사실을 알만도 한데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루치아의 엄마는 어찌할 바를 몰라 매일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엄마가 울면 루치아의 혈소판 수치는 분명히 더 떨어졌다.

루치아의 두 살 아래 여동생은 당연히 외할머니의 몫이었다. 루치아는 지금도 병원을 들락날락한다. 며칠 전에도 수치가 떨어졌다고 울면서 내게 온 루치아 엄마에게 나는 할말을 잊고 그저 얼굴만 쳐다 볼 뿐이었다. 마치 친정 어머니같이 말할 수 없는 분노가 내 가슴 깊이에서 치솟고 있음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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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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