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2000년 대희년에 맞이하는 올해의 사순시기는 회개와 화해의 시간으로 특별한 성격을 띱니다. 사순시기는 사실상 회개와 화해 여정의 절정이며 주님의 은총의 해인 희년은 모든 신자에게 이 여정을 제시함으로써 그리스도께 충실하고 새 천년에는 새로운 열정으로 그분의 구원의 신비를 선포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바오로 성인은 그리스도가 없는 인간의 상황을 ‘잘못을 저지르고 죽었던 우리’(에페 2 5 참조)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의 아드님께서는 스스로 인성을 취하셨고 그 인성을 죄와 죽음의 노예상태에서 해방시켜 주시고자 하셨던 것입니다.
죄의 어둠과 혼자 힘으로는 자신을 해방시킬 수 없는 인간의 무능 앞에서 그리스도의 구원행위는 그 찬란한 빛을 발합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위에서 완성된 구원은 세상을 새롭게 하고 하느님과 인류 사람들을 서로 화해시킵니다.
희년은 성자 안에서 인간이 되시기까지 당신을 낮추신 성부의 자비와 그리스도의 위대한 선물인 화해를 특별히 마음깊이 받아들이도록 우리를 초대하는 은총의 시기입니다. 성년동안 교회는 개인과 공동체 차원의 화해를 위한 다양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각 교구는 신자들이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러 갈 수 있는 특별한 장소들을 지정하였습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하느님의 빛 안에서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고 또 고해성사를 통하여 새로운 생명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2000년 사순시기 동안 우리의 신앙이 시작되었던 성지의 순례자가 되어 그리스도 강생 2000년을 기념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저 자신은 순례의 단계마다 교회의 자녀들과 온 인류를 위하여 용서와 화해를 청할 것입니다.
회개의 길은 하느님과 화해하게 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고 충만한 생활 곧 믿음과 바람과 사랑의 생활에 이르게 합니다. 희년의 은총은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자신의 신앙을 새롭게 하도록 촉구하며 우리의 희망을 새롭게 하도록 권유하십니다. 또 주님께서는 희년을 통하여 우리에게 사랑의 불을 다시 지피라고 부탁하십니다.
옛 유다의 희년은 사실상 노예를 풀어주고 빚을 탕감해주며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도록 요구하였습니다. 오늘날에는 새로운 형태의 노예생활과 더욱 비극적인 형태의 빈곤이 수많은 사람들 특히 제3세계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희년의 길을 걷는 모든 이들은 이 고통과 절망의 외침에 귀기울이고 응답하여야 합니다. 가난한 이들의 필요에 무감각하면서 또 모든 이가 인간다운 삶을 사는 데 필요한 것들을 갖추도록 일하지 않고서 우리가 어찌 희년의 은총을 청할 수 있겠습니까? 시작되는 이 천년기에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것마저도 갖지 못한 수많은 우리 형제·자매들의 절규를 듣고 거기에 자애로이 응답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빕니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사랑의 복음을 선포하고 실천할 때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줍니다. 2000년의 사순시기 동안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자비로운 사랑의 산 징표이며 유효한 징표로 삼으시려고 두 팔을 벌리고 기다리시는 성부께 되돌아가라고 다시 한번 우리에게 권유하십니다.
“세상 끝날까지”(마태 28 20)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하나되어 전능하신 천주 성부 모든 영예와 영광을 영원히 받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