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시티 〓외신종합]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달 26일 3일간의 역사적인 이집트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왔다.
교황은 자신의 2000년 대희년 성지순례의 첫 일정인 이번 이집트 방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을 비롯해 콥트 정교회의 세누다 3세 교황 그리스 정교회의 다미아노스 대주교 이집트 이슬람 최고 지도자인 세이크 사이드 탄타위 등 정치·종교 지도자들을 만나고 시나이산(호렙산)의 유서깊은 성 가타리나 수도원을 방문했다.
◎…교황은 24일 오전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국제공항을 떠나 역사적인 이집트 방문길에 올랐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이집트 방문은 자신의 90번째 해외 방문이며 특히 근세 이후 교황이 이집트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집트의 카이로 국제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예수 탄생 2000년을 맞아 성지를 방문 기도드리게 되기를 학수고대해 왔다”며 이번 방문의 의미를 설명하고 이집트를 방문할 수 있게 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교황은 이어 콥트 정교회 세누다 3세와 이슬람 최고 지도자인 세이크 사이드 탄타위와 각각 만나 중동평화와 종교간 화합을 강조했다.
◎…교황은 방문 이틀째인 25일 카이로 종합운동장에서 1만8000여명이 참례한 가운데 미사를 집전하고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는 평화로운 사회 건설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며 종교간 화해를 촉구했다.
교황은 특히 나이지리아에서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신자들간의 충돌로 수백명이 숨졌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큰 아픔을 느꼈다면서 “온갖 형태의 폭력을 개탄하며 나이지리아의 모든 국민이 형제로서 함께 사는 길을 선택하기를 하느님께 기도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저녁 카이로의 이집트 성모 대성당에서 이집트 콥트 정교회의 세누다 3세를 비롯한 타교파 지도자들과 일치 모임을 갖고 새 천년기를 맞아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도전’에 맞서기 위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협력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교황은 마지막 날인 26일 이집트 성지순례의 핵심인 시나이산에 있는 성 가타리나 수도원을 찾았다. 6세기에 세워진 성 가타리나 수도원에는 모세가 야훼 하느님으로부터 이스라엘 백성을 구하라는 명령을 받은 “불타는 떨기나무”(출애 3장)가 있다. 또 모세가 10계명을 받은 산도 이곳으로 알려져 있다. 성 가타리나는 4세기께 그리스도교로 개종해 로마 호아제를 우상이라고 비난했다가 순교한 성인이다.
교황은 수도원 안의 가시 떨기나무 아래에서 10여분간 말씀의 전례를 집전한 후 “이번 성지 순례는 매우 기쁘고 뜻깊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이집트를 떠나 로마로 돌아왔다.
◎…교황은 이에 앞서 이집트 방문 하루 전인 지난달 23일 교황청에서 ‘신앙인의 아버지’인 아브라함의 고향 ‘우르’(현 이라크 남부지방)에 대한 영적인 성지순례를 통해 이번 이집트 방문이 지니는 성지순례의 상징성을 부각시켰다.
교황은 대희년 성지순례를 우르 방문부터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이라크 당국이 신변 안전 문제와 서방의 제재를 이유로 방문을 불허하자 ‘우르’에 관한 영화를 보면서 영적인 성지순례로 대체했다.
교황은 3월20일부터 7일간 이스라엘을 비롯해 팔레스티나 성지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교황의 성지순례는 아브라함 ―모세 ―예수로 이어지는 신앙의 여정을 그대로 따르게 되는 셈이다.
이집트의 종교 분포 이집트는 6590만 인구 중 대다수가 이슬람교를 믿으며 콥트 정교회 신자가 300여만명 가톨릭 인구는 전인구의 0.34인 22만명에 불과하다. ‘콥트’란 옛 그리스인들이 이집트인들에게 붙여준 이름이다. 이집트의 콥트 정교회 신자들은 가톨릭 신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최고 지도자를 ‘교황’이라고 부른다.
이에 따라 이슬람교 신자들과 타종교 특히 콥트 정교회 신자들간의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에도 이슬람교 신자와 콥트 정교회 신자간의 분쟁으로 23명이 사망했다. 교황이 이집트 방문에서 종교간 화합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집트의 가톨릭 교회도 예법(전례) 형태에 따라 콥트·그리스·마로니트·시리아·아르메니아·갈데아·라틴 전례로 나뉘어져 있다. 1999년말 현재 15명의 주교와 445명의 사제 1299명의 수도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