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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현장 탐방] 서울대교구 남대문시장 준본당(주임:이성원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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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야성을 이룬 남대문시장의 새벽.
빼곡히 들어선 점포 사이의 비좁은 골목을 헤치고 가던 이성원 신부가 “장사 잘 됩니까?”라며 가게 주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흠칫 놀란 주인은 얼른 달려나와 이 신부의 손을 잡고 “신부님 추운 날씨에 어떻게 여기까지. 성당에 자주 나가지도 못하고… 뵐 면목이 없습니다. 장사하다 보니 그렇게…”라며 말끝을 흐렸다.
신자 상인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이 신부는 호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건네주며 “수고하세요”라고 인사하고는 돌아섰다. 사랑의 마음이 수북이 담긴 군밤 한 봉지. 이 신부는 주머니 사정이 좋은 날이면 군밤에 사랑을 담아 전하는 기쁨을 만끽한다.
서울대교구 남대문시장본당 주임 이성원 신부. 수입상품상가 숭례문상가 대도상가 등 약 4만개의 상가가 들어서 있는 남대문시장이 그의 사목지다. 신자들의 점포를 찾아가 일상사의 어려움을 나누면서 신앙생활을 이끌어주는 것이 그의 주된 사목활동이다.
이 신부는 지난 10월 초대 주임으로 부임한 이후 4개월 동안 400여개의 점포를 방문했다. 도소매시장의 특성상 밤낮이 따로 없어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에 50여곳을 방문한 적도 있다. 이 신부는 “이제 어느 상가하면 어떤 상품을 취급하고 어떻게 가야하는지 다 안다”며 자칭 ‘남대문 토박이’라고 말했다.
자정부터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금방 새벽 4시가 된다. 시장의 열기가 한차례 가라앉는 그 시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찾아가는 곳은 상가 4층에 마련된 15평짜리 다락방같은 성당. 수요일 새벽 6시 미사 직전까지 냉방에 전기장판을 하나 깔고 잠깐 눈을 붙인다. 남대문시장으로 부임하면서 사제관을 명동대성당 구내로 정했지만 이처럼 ‘외박’할 때가 많다.
남대문시장성당은 15년 전 신자 상인들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신앙공동체. 그동안 명맥을 유지해 온 이 공동체는 지난해 2월 명동본당 공소로 10월에는 준본당으로 승격되며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이 신부가 부임해 주일과 토요 특전미사는 물론 평일 미사까지 늘어나자 가게 일 때문에 미사 참례조차 제대로 못하던 신자들의 신앙이 되살아나고 있다. 실제로 평일미사 참례자수가 배로 늘어나 작은 다락방성당에 50∼70여명의 신자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미사를 봉헌할 정도다.
본당 홍순용(이냐시오)사목회장은 “주임 사제를 맞이한 이후 신자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공동체에 활력이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요즘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빠졌다. 남대문시장에 영혼의 쉼터를 만들기 위해 성당을 지을 계획이다. 그래서 주일이면 타 본당으로 ‘동냥’도 다녀야 하고 4월초에는 바자회도 개최할 생각이다. 이와 함께 이 신부는 신자들의 마음 속에 더욱 견고한 믿음의 성전을 함께 지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 신부는 “시장 사람들은 거칠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말 순박하다”며 “그들과 순수한 마음을 나누면서 동고동락하는 사제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조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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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0-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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