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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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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2월초 군포성당을 떠나 양주군내에 있는 청원소 겸 분원으로 이동하였다. 의정부 시내에서 그리 먼거리는 아니지만 농촌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아직은 쌀쌀해서 새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예전엔 가끔 이곳에 와 하루 피정을 할 때면 여러 종류의 새소리가 알람시계를 대신하곤 했다. 다시 오는 봄에는 들을 수 있으리라.

3월이 다가오니 봄도 함께 오는 듯한 느낌이 짙어서일까 ‘두릅’이 생각난다. 산중턱에 무리지어 여기저기 있는 두릅나무들을 처음 보았을 땐 경이로웠다. 늘씬한 나무에 돋은 싹들을 떼어내는 기쁨 그리고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그 맛은 다른 데 것과 비교하기 어렵다. 무공해 자연산이라 그 향과 맛이 시장에서 산 것과는 너무 다르기에 마음 한켠에서 4월이 기다려진다.

그러나 한편으로 3월의 분주함이 먼저 떠오른다. 머지않아 이곳에 양로원과 교육관을 지을 계획이다. 자금상의 어려움으로 시작을 못하고 있지만 가끔 소그룹 피정집으로 사용하는 집 한 채에 우선 연고자가 없으신 할머니들을 모실 계획이다.

우리에게 있어 항상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용기를 주시는 분이 계시다. 그분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셨던 분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두려움이 없으셨던 분이시다. 1633년 프랑스 파리에서 본회인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 회를 창설하신 빈첸시오 아 바오로 성인이시다. 이분은 ‘하느님의 섭리’를 체험하신 분이셨다.

그 당시 걷잡을 수 없이 몰려와 그분의 손에 맡겨진 엄청난 수의 가난한 이들의 배고픔과 고통을 끌어안으셨다. 먹을 것을 얻기 위해 길고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그들의 초췌한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걱정하기에 앞서 늘 하느님의 섭리로 여겨지는 많은 은인들의 도움으로 변함없이 매일매일 죽 한 그릇씩 그들에게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창설자이신 성 빈첸시오의 삶과 영성안에서 사랑의 딸들은 무한한 영감과 용기를 얻는다. 하느님의 든든한 빽을 지니고 두려움없이 주님의 사업을 추진하셨던 분 그리고 가난한 이들을 찾아가기 위해 봉쇄수녀원이 아닌 최초의 활동수녀회인 사랑의 딸 회를 창설하는 데 성공하셨던 분 바로 이분의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성인의 훈화집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오늘날 성인의 정신과 영성을 이어가는 많은 이들에게 살아전해져 오기에 그분의 딸들인 우리 사랑의 딸 회는 새로운 일을 시작함에 두려움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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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0-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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