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공화국의 ‘비밀 교회’에 관한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이번 성명은 공산주의 치하에서 교회가 박해받았을 때 종종 있었던 ‘비밀 서품’의 유효성에 대한 바티칸의 공식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체코가 공산화되면서 교회가 박해받게 되자 교황 비오 12세는 체코 교회에 대해 성직자 임명에 관한 ‘긴급 권한’을 주었고 이에 따라 체코 교회는 비밀리에 사제 양성을 해왔다. 그런데 문제는 사제 양성과 서품이 비밀리에 이루어지면서 합법적인 주교에 의한 유효한 서품을 받았다는 증빙서류가 없는 사제들이 생기게 됐고 그들 가운데는 기혼 사제도 있었다. 박해받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경우도 있었지만 때로는 공산정부가 교회를 탄압하기 위해 가짜 사제를 만들어 내기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후 체코의 공산주의가 몰락하자 비밀 서품을 받은 사제들 중 대부분은 교황청의 지침에 따라 심사를 받았으나 서품의 유효성이 의심스러운 사제들에 대해 교회는 판단을 보류해 왔다. 1996년 현재 이같은 사례가 127건이나 됐으며 그 중 절반 이상은 기혼 사제와 기혼 주교들이었다.
교황청의 이번 성명은 이들에 대해서 ‘조건부’ 재서품을 요구하면서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가톨릭 교회 사제로서 활동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교황청의 이번 조치에 대해서 체코 교회 관계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환영을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교황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제들과의 계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른 한편 교황청의 이번 조치가 앞으로 중국 교회와의 관계에 있어서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심거리다. 중국 교회는 정부가 인정하는 애국회와 이에 반대하는 지하교회로 나뉘어져 있는 데다가 상당수가 기혼 사제이거나 비밀리에 서품을 받은 사제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