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질서 안에서 생명계의 본질은 순환성의 지속에 있으며 생명활동은 다양한 생명순환의 공존을 통해서 더욱 잘 보장될 수 있다. 순환성이 없으면 다양성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며 다양성의 전개 또한 생명계에 있어서 순환성의 지속을 보장한다. 따라서 다양한 생명순환의 공존은 생명활동이 본질적으로 적대적 관계이지만 상호보완적 상생(相生) 관계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관계성을 본질로 하는 다양성이란 가장 강한 자연의 표현력이며 생태학적 평등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인간은 지구에 서식하는 생물의 순환성이나 다양성을 유지하려 하지 않고 그것을 파괴함으로써 인간 스스로의 삶의 조건 자체까지도 파괴하기에 이르렀다. 20세기에 건설된 찬란한 인류 문명은 석유에 토대를 둔 문명이며 이 석유문명은 순환성과 다양성을 파괴하는 힘을 키워왔다. 1960년대 이후 전세계의 식량생산에 혁명을 가져왔다는 ‘녹색혁명’도 실은 기본적으로 생물순환과 물 순환을 왜곡시키고 파괴시킬 수밖에 없는 석유문명에 토대를 둔 것이다.
오늘날 유전자 조작기술에 의한 품종개발은 기존의 농작물과 다른 유전자 구조를 가지는 새로운 생명체의 창조다. 따라서 유전자 조작 생명체는 현재로서는 ‘순환하는 생물자원’이 아니다. 또한 GMO는 생물순환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구조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존 생물종의 상생성을 파괴할 것이다.
안정적 생물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는 유전자 조작 생명체들을 중심으로 한 생물순환과 물 순환이 앞으로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더욱이 GMO를 중심으로 한 생물순환과 물 순환이 재앙으로 나타날 경우 그 재앙을 다시 현재의 순환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제초제 및 농약 내성(耐性) GM 농작물 재배는 점증적으로 더 강력한 제초제나 농약을 살포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그 외부조건은 ‘녹색혁명’의 경우와 여전히 동일하다. 결국 GMO의 외부 순환은 석유문명에 기초한 ‘녹색혁명’과 같은 토대 위에서 창조질서의 파괴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생명체에 대한 물질특허를 가진 종자 다국적 기업은 지적소유권이라는 독점적 지위를 활용하여 GMO 판매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전략도 ‘녹색혁명’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다. (이 결과 초래되는 부의 편중이야말로 또한 복음적이지 못한 것이다) 이와같이 GMO 문제는 다국적 기업이 사적 이윤증대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라는 측면에서는 유사하지만 GMO가 초래할 사회·경제·문화·생태 및 생명에 대한 영향은 ‘녹색혁명’과는 비교도 안될 가공할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는 ‘인식체계의 방향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리하여 GMO로 인해 초래될 미래의 재앙을 방지하고 창조질서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생명의 순환성의 지속 다양성의 전개 관계성의 회복’이 보장되는 세상을 건설해 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