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아침 서울 성동구 금호동 1가 208번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골목을 이리저리 돌아 한 집으로 사람들이 들어간다. 주위의 다른 집과 다를 바 없는 이 집 문패에는 ‘금호1가동 선교본당 샛마루공동체’(주임 이강서 신부)라고 써 있다.
이 집에 오는 사람들은 오전 10시 30분 주일미사를 봉헌하기 위해서다. 마당이 거의 없는 21평 규모의 이 집은 성당 겸 사제관으로 방 3칸에 거실을 갖추고 있다.
부엌이 딸린 6평 남짓한 거실에 마련된 제대 주위로 사람들이 빼곡히 둘러앉기 시작한다. 제대 앞쪽에는 초등학생들이 뒤쪽에는 어른들이 자리를 잡았다. 아이를 안고 있는 주부의 모습도 보인다. 미사 참례자 30여명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는 아이들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장난을 치다가 제 위치를 찾곤 한다.
장소가 비좁아 미사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사제나 신자 모두 아예 앉아서 진행한다. 영성체 시간에는 신자들이 직접 성체뿐만 아니라 성혈도 함께 영하고 옆사람에게 건넨다. 보통 성당에서 봉헌하는 주일미사와는 달리 자유로우면서도 평화로운 소공동체 분위기다.
미사 후 공동체 교리시간. 어른들은 그대로 남아서 대희년 맞이 소공동체 교재 2권 ‘희년의 실천’을 가지고 생활 나눔을 하고 아이들은 옆집 수녀원으로 이동해서 같은 교재로 공부한다. 그 주간의 주제와 자신들의 삶의 모습을 진지하게 살펴보고 서로 나누며 힘을 얻는 시간이다.
1시간 가량 진행되는 공동체 교리 시간 후에는 즐거운 점심시간이다. 미사를 집전하고 공동체 교리를 지도한 이강서 신부가 손수 밥을 짓고 본당 수녀가 국을 끓여 신자들이 가져온 반찬과 함께 차린 점심상 앞에 모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운다. ‘밥상 공동체’가 저절로 이뤄지는 자리다. 식사 후 남자들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 여자들은 후식을 들며 부엌일에서 잠시 해방된 기쁨과 여유를 맛본다.
금호1가동 선교본당 신자들은 지난해 4월 첫주부터 이렇게 ‘주일’을 보내고 있다. 서울대교구내 4개 지역에 있는 선교본당의 하나인 동부지역 금호1가동 선교본당은 금호동·행당동·왕십리 등 3개 본당 관할지역 가운데 저소득층 세입자들이 거주하는 가이주단지 지역과 공공임대 아파트 지역을 관할한다. 관할 주민은 3300가구다.
복음적 가난을 사는 교회로서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기 위한 선교본당의 기본 지향에 따라 이강서 신부는 식복사나 사무원이 따로 없이 활동하고 있다. 미사를 봉헌하기 위한 성당 건물도 별도로 없다.
이 신부는 사제관에서 봉헌하는 평일미사 중 매주 목요일 저녁 9시 미사만큼은 각 신자가정을 돌며 봉헌한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 저녁 늦은 시각으로 잡은 이 미사에는 비신자들까지 20여명이 참여 실평수가 9평도 채 안되는 14평짜리 임대 아파트의 좁은 공간에서 불편한 것을 뒤로 한 채 서로 붙어 앉아 미사를 봉헌하고 나눔의 시간을 갖는다.
이 신부는 보통 오전에는 사제관에서 ‘성당 사무실’ 일과 집안 정리를 하고 오후에는 회합이 없으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평화의 집에 나와 사람들을 만난다. 이 신부가 참가하는 회의는 선교본당 사제회의 빈민사목위원회 회의 지역민과 함께하는 회의 등 교회 안팎으로 줄잡아 15개에 이른다.
지난해 가을 문을 연 평화의 집은 금호1가동 선교본당이 주민 공동체운동의 활성화와 저소득 실직자들의 일자리 창출 사업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한 지역사회 창구다. 지역 실업극복위원회 사무실과 같이 사용하고 있는 평화의 집은 현재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간병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상담도 하고 있다. 지난 겨울방학에는 지역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도 운영했다.
또 생활한복을 만드는 생산자 공동체인 논골의류협동조합과 신용협동조합에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등 주민들의 자조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다른 선교본당에 비해 비교적 아이들이 많은 편이라 복사단도 구성해 활동하고 있고 스카우트운동에도 신경쓰고 있다. 교구 빈민사목위원회가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마련한 사도직 프로그램 ‘바울로 계획’에 참여했던 수녀와 함께 학원비가 비싸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구상중에 있다.
일반 본당처럼 본당 중심이 아니라 지역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 선교본당은 지난해 대림절에는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해 성금 21만8000원을 모았다. 가난한 이들이 더 가난한 이들을 위해 모은 성금이라 가치가 있다. 다가오는 사순절에도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 모금운동을 펴기로 본당 복음화위원회에서 결정했다.
이강서 신부는 “과거에는 가난이란 말이 머릿속에만 있었으나 이들과 함께하다보니 성서가 다르게 보인다”며 선교본당은 이 지역에서 뭔가 이루려는 것이 아니라 누룩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연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