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수녀님 날씨가 춥지요.” 반갑게 맞아주시는 할머니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평소에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 할머니로 연세가 70이 넘으셨지만 아름답게 사시는 분이시다. 친구분들도 많아 그분들 이야기를 하시면서 우리에게 웃음을 듬뿍 주신다.
“친구들이 남편 이야기를 하는데 시장까지 같이 가려고 해서 아주 싫대요. 젊었을 때 너무 가정적인 남편들이 늙어서는 환영받지 못해요. 너무 가정적이어서 사회친구들이 별로 없으니까 나이들어서는 오갈 데가 없는 거지요. 퇴직금 타다 마누라에게 다 주고 타서 쓰니 더하죠. 그래서 젊었을 땐 취미생활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해야 좋아요.”
“정말 그래요? 젊었을 때 부인에게 잘하고 가정적인 분이 나이들어서도 대우받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보죠.”
“안그래요 수녀님 마누라 가는 곳마다 같이 가려하니 마누라가 좋아하나요.”
“이 나이에 남편있는 친구들이 별로 없지만 있는 친구들이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한바탕 웃지요.”
곁에 있던 다른 자매님은 동의를 하진 않았지만 빙그레 웃으셨다. 할머니의 이런 말씀을 들은 후 이제껏 내가 알고 있는 사항들을 수정할 필요성을 느꼈다. 젊었을 때 가정적인 분들이 나이 들어서는 부인에게 대접받을 것 같은데 아닌 경우도 있구나하면서 말이다.
이 분은 연세가 드셨어도 성당활동이나 외부의 강의나 교리공부에도 열심히 하시는 분이시다. 예수님 말씀이 너무 좋으셔서 전에는 세속적인 친구들을 만나 흥미롭게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지금은 더 이상 재미있지 않으시단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시기에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또한 아주 열심이시다. 하시는 말씀이 지금은 나이들어 뭔가를 활동적으로 하기는 어려운데 그래도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쉬운 일은 아들이 주는 용돈을 절약해 어려운 이들을 조금이나마 돕는 일이란다.
한 번은 아드님이 말하기를 “어머니! 용돈은 충분히 드리니 그 안에서 돕고 싶으시면 평소에 쓰시던 것에서 절약하셔서 남을 돕는 거지 어떻게 쓸 것 다 쓰시면서 다른 이들을 도우려고 하시나요” 하더란다. 처음엔 섭섭하셨는데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라 하신다. 절약과 나의 불편함의 희생없이 타서 쓰는 내가 어찌 그 두가지를 동시에 할려고 했나하고 반성하셨다한다.
신앙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그 일이라며 기쁘게 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서 하느님의 사람으로 아름답게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름답게 나이들어 간다는 것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신앙으로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며 아름답게 나이들어간다는 것은 나를 포함한 많은 신앙인들의 바람이리라.
박혜숙 수녀(마리아네스·빈첸시오 사랑의 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