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중환자실.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애처로운 눈길과 죽음의 문턱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통스러워 하는 환자들 뿐이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수사와 간호사들의 바쁜 손놀림은 숙연함을 자아낸다.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 ‘은평의 마을’ 요양원 중환실에는 25명의 중증환자들이 꺼져가는 생명줄을 부여잡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길거리에서 노숙하다 욕창으로 살이 썩어 문드러진 노인 알코올 중독과 중풍으로 폐인이 된 행려자 등 참으로 기구한 인생을 살던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누워있다.
석달전 국립의료원에서 온 주춘기(74) 할아버지의 바람은 한 순간만이라도 통증을 잊는 것이다. 매일 약을 먹고 주사를 맞지만 온몸이 안아플 때가 없다. 전신마비로 고개를 마음대로 돌릴 수도 없는 박모씨는 하루 종일 천장만 바라본다. 음식을 씹어 삼킬 힘조차 없어 비닐관으로 죽을 흘려넣어야 한다.
“할아버지 밤새 별일 없으셨지요.”
갈수록 치매가 심해지는 한 노인의 손을 잡고 안부를 묻는 김만식(베드로) 수사. 당장 숨이 넘어갈 듯한 중환자를 지켜보는 김 수사의 얼굴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하다. 은평의 마을 운영을 맡고 있는 김 수사는 “아파 나 죽어”라고 소리지르는 할아버지에게 얼른 달려가 얼굴을 만져주고 기도해 준다.
“말은 못하지만 저의 정성을 알겠다는 듯 어렴풋하게나마 떠올리는 미소를 바라볼 때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중환자실에서는 잠 잘 때조차 긴장을 풀 수 없다. 증세가 언제 어떻게 악화될지 모르기 때문에 수사들은 뜬눈으로 환자들의 상태를 지켜본다.
이곳 수사들은 낮에는 환자들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2∼3시간마다 돌아눕히는 등 쉴 틈이 없는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김 수사는 언제나 밝은 표정이다. 불우한 노인들이 자신과 봉사자들의 간호로 마지막 삶을 편안하게 누리다 숨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유일한 기쁨이기 때문이다. 치료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불쌍한 이들에게 하느님의 손길처럼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것만큼 보람된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김 수사는 “해마다 30∼40여명의 환자들이 중환자실에서 생을 마감한다”고 말했다. 중환자실은 생명의 소중함을 반추하게 하고 건강한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서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