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생명 흘러넘치는 작은 교회 완성을
가정·혼인·생명문제에 관한 전문가 양성 바람직
생명에 대한 봉사·사랑으로 이웃에게 모범돼야
본당 전례·교리교육·애덕 실천에 온가족 참여를
가정의 어두운 현실
오늘날 우리나라 가정의 큰 변화는 무엇보다도 이혼율의 증가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이미 30 이상의 이혼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새 천년기 가정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큰 걱정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가정이 붕괴되면서 사랑과 생명이 가장 충만하게 드러나는 곳으로서의 가정이 그 본질적 특성을 잃어가고 있고 사회적 성장을 위한 기초로서의 가정이 오히려 이 사회의 위협적이고도 복잡한 문제들을 잉태하는 장소로 바뀌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오늘날의 변화된 가정의 모습은 사회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사회가 기능화되면서 가정은 사회의 기능적 요구에 종속되기 시작하였고 따라서 가족 구성원의 정체성은 점차로 퇴색되기 시작하였다. 가족들이 일의 노예가 되면서 가정은 일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전락되었고 아버지 어머니 혹은 남자 여자로서의 정체성은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또 소비가 가정의 우상이 되었고 유용성은 가정을 움직이는 가장 큰 가치로 등장하였다. 따라서 하느님은 더 이상 절대적 최고 가치가 아닌 2·3차적 가치 또는 단순한 흥미의 대상으로 전락되어 버린 느낌이다.
현대 사회의 이러한 변화는 부부 관계나 가족 관계에 즉각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가정을 떠받치는 가장 큰 가치이자 원동력인 사랑과 신의 헌신은 유용성과 쾌락이라는 거짓된 가치들에 그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부부 결속의 강한 끈인 사랑은 그 의미가 변질되어 늘 감성적이고 확인되어야만 하는 직접적인 표현으로 이해되면서 가정에서의 부부 사랑은 언제나 위기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부부의 이혼율이 이미 30를 넘어서고 있는 그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부부 사랑의 위기가 자리잡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부부에게 있어서 사랑은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잘 받아들이는 것 영성적이고도 육체적인 봉헌 신의 협력 상호 신뢰이며 서로를 용서하고 이해하는 것이며 나아가서 희생과 기도를 가능케 하는 유대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은 가정에서 작은 어려움이나 사소한 위기가 닥치면 너무나 쉽게 그 사랑은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만다. 근년에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가정해체 현상이 가속화되고 가장의 실직이 곧바로 가정해체로 이어지는 현상에서 그러한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여기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가정을 견고하게 유지시켜 오던 힘이 사랑이 아니라 물질이었나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이혼의 증가는 자연히 결손 가정을 양산하였고 청소년 범죄를 크게 증가시켰다고 보는 것이 틀린 시각은 아닐 것이다.
유용성과 편리함이 지배하는 가정
사랑에 바탕을 두지 않은 가정은 쉽게 편리함과 유용성을 중시하게 된다. 사랑과 희생이라는 불변의 가치 대신에 경제적 이익에 편승한 편리함과 유용성이 혼인제도 자체를 거부하는 모습까지도 우리 사회에 등장하게 되었다. 종교적 사회적 형태의 혼인 제도를 거부하면서 단순한 동거 형태의 부부가 출현하는가 하면 계약결혼이라든지 한시적인 동거라는 새로운 부부의 개념이 그리 생소하지 않은 사회가 되어 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결국 개인적인 편의나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자기만의 편의나 혜택을 누리기 위해 가정을 이용하려는 이러한 현상은 생명의 샘으로서의 가정의 정체성에 심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또 연간 150만건을 넘는 우리나라의 낙태 현실은 심각한 개인주의의 소산이며 경제성장 제일주의를 바탕으로 한 물질만능주의가 빚어낸 결과라고 해야할 것이다. 경제적 이유에서 낙태가 용인되고 단지 지금은 낳을 시기가 아니라는 편의를 앞세운 이유에서 무죄한 태아를 살해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결국 새로운 희망으로 새롭게 시작해야할 새 천년기를 죽음의 문화(생명의 복음 12항)가 지배하는 시대로 몰아가고 말 것이다.
그리스도인 가정은 ‘작은 교회’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그리스도인의 가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교회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정은 ‘작은 교회’로서의 임무를 가진다고 말씀하셨다(가정공동체 49항). 곧 교회가 그리스도와 그분을 따르고 온전히 봉헌하는 사람들의 사랑의 일치를 통해서 세워졌다면 그리스도인의 가정도 이러한 사랑의 일치를 기초로 하는 남편과 아내의 온전한 상호 증여를 통해 실현되는 하나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작은 교회’가 된다는 것이다.
교회와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모범으로 하는 그리스도인 가정의 모습은 당연히 그리스도의 위대한 사랑을 증거하는 모습이어야 한다. 인간을 위해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온전히 당신 자신을 내주신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은 부부 상호간의 삶에서 드러나야 한다. 그것은 서로의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항상 서로에게 내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열려있는 일치를 지향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은 부부로서의 거룩한 순간을 체험케 하며 부부생활 가정생활을 위한 임무와 의무를 성실히 실천케 할 뿐만 아니라 부부에게 이기주의적인 삶을 과감히 버리면서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사랑은 결코 감성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교회를 사랑하시고 교회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그리스도의 고귀한 사랑이며 그리스도께서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선사하신 것처럼 가정 안에 풍성한 생명을 전달하는 사랑이다. 사랑은 부부에게 생명을 위한 봉사라는 새로운 기회를 부여해 준다.
이렇게 생명에 봉사하는 임무는 가정의 기본적 소명이며 부부는 이 소명에 책임감을 가지고 협력하도록 부름을 받고 있다. 곧 부부는 하느님으로부터 “생명에 봉사하는 것 창조주의 첫 축복을 역사 안에서 실현하는 것 즉 출산을 통해서 하느님 모상을 사람에게서 사람에게 전달”(가정공동체 28항)하는 능력을 부여받았으며 이 능력은 부부 사랑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가장 큰 축복인 것이다.
새로운 변화를 위한 교회의 관심
가정은 하느님의 사랑과 생명이 풍요하게 흘러 넘치는 샘이다. 따라서 가정이 그 본연의 사명을 다하게 될 때 우리 사회는 틀림없이 새로운 생명의 문화를 이룩하는 변화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변화를 위해 새 천년기를 시작하는 교회가 가정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할 몇가지 점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교육에 대해서다. 혼인을 앞둔 남녀를 위한 혼인교리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가정의 의미를 비롯해서 그 가정을 떠받치는 부부 사랑 그 사랑의 결실로 드러나는 하느님의 선물인 생명의 수용과 존중을 위한 교육은 혼인성사를 위한 단순한 과정이 아닌 그들의 가정이 사랑과 생명의 공동체로서 항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효과적인 교육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교회는 가정과 혼인 생명 문제에 관한 전문가를 양성하여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또 이미 결혼한 부부들을 위한 교육에도 많은 관심이 필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