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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천막속의 할머니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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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길을 한참동안 헉헉대며 올랐다. 산동네 철거지역 높은 중턱에 자리잡은 집. 집이라기보다는 천으로 여기저기 기워놓은 천막이었고 문 앞에는 개똥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침침한 방은 옹색한 창고보다 더했다. 할머니 혼자 누우시면 더이상 자리가 없었고 온돌이 없어 누더기 같은 몇 겹의 이불이 깔려있었다.

나와 동행한 2명의 청년 빈첸시오 회원들이 앉았을 땐 좁은 방이 가득 채워짐을 느꼈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 색바랜 겹겹의 옷을 입으신 모습은 측은한 느낌을 더 들게 했다. 그러나 의외로 할머니와의 대화는 밝았다. 처음엔 문전박대 하시던 할머니께서 지금은 은근히 회원들을 기다리시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이젠 이 천막집을 떠나서 조금 더 편안한 복지시설로 가지 않으시겠느냐는 물음에 “난 여기가 좋아. 이곳이 내겐 천국이나 다름없어!”라고 말씀하신다.

뭔가가 나올 듯한 그곳이 할머니에겐 천국이란다. 누구의 간섭도 사람들과의 만남도 별로 없이 오직 회원들의 방문이 큰 기쁨이고 기다림이라 하신다. 대화를 통해서 할머니의 70평생 긴 삶의 여정을 느낄 수 있었다. 평범한 삶 안에서 아픔과 한을 지니셨지만 초월한 듯한 말씀… 쉽게 불편을 느끼는 우리들과는 달리 이해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만족해하시며 ‘천국’을 느끼고 사시는 할머니였다. 천막집을 뒤로하면서 맴도는 할머니의 말씀이 귓가에 울린다.

“이곳이 내겐 천국이야.”

어느 날 산 아래쪽에서 혼자 사시는 다른 할머니의 집이 곧 헐린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갑자기 할머니는 속주머니에서 무언가 꼬깃꼬깃한 것을 꺼내셨다. 모두들 궁금해 하고 있는데 “이거 그 할멈 주게나”하시는 것이다. 그것은 근근히 모으신 당신의 재산이었다. 한 달에 한번씩 회원들이 조금씩 드리는 생활비를 모은 것을 당신도 어찌될 지 모르는데 곧 집이 헐리는 할머니를 위해 주신 것이다.

진정한 나눔이란 가진 게 많아서 나누는 것도 아니고 가진 게 없어서 나누지 못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할머니께서는 보여주셨다.

더 복음적인 삶을 사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가 과연 얼마만큼 그런 처지에서도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온전히 베풀 수 있을까 하고 되물어본다.

박혜숙 수녀(마리아네스·성 빈첸시오 사랑의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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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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