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박해와 시련 이겨낸 200년 신앙의 씨앗 열매 맺어
한국 천주교회에 두번째 4형제 신부가 탄생한다. 그 주인공은 원주교구 배은하(48·배론성지 주임)·달하(38·로마 유학)·도하(35·원주 우산동본당 주임)신부에 이어 25일 사제서품을 받는 배하정 부제. 춘천교구 오상철·상현·세호·세민 신부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다.
배하정 부제의 집안은 7대째 신앙을 지켜온 오랜 전통의 가톨릭 명가(名家). 부친 배종근(토마스·96년 작고)·모친 권정순(72·마리아·원주 우산동본당)씨 슬하의 7형제 중 막내인 배하정 부제는 수원가톨릭대와 동대학원을 마치고 사제직에 들어선다.
자식들에게 올바른 신앙을 심어준 어머니 권씨는 “막내까지 주님의 일꾼으로 뽑아 주신 하느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며 “밥은 굶어도 기도는 거르지 않도록 엄하게 신앙교육을 시켰던 부친(배종근 토마스)이 살아 계셨다면 무척 기뻐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기도 때마다 ‘당신이 필요하시면 7형제 모두를 데려다 쓰십시오’라고 간구했다는 권씨는 “200년간 내려온 신앙의 씨앗이 이제 그 열매를 맺게 돼 기쁘다”며 “4형제 신부의 탄생은 모진 박해와 시련을 겪으면서도 어렵게 신앙을 지켜온 선조들의 덕택”이라고 말했다.
배은하 신부를 비롯한 4형제 신부의 탄생은 초기교회부터 신앙을 숙명처럼 지켜온 가문의 전통과 96년 암으로 선종한 부친의 엄격한 교육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가계에 무명순교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배은하 신부의 집안은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도 초개처럼 바치는 철저한 신앙생활을 대대로 지켜왔다. 또 부친 배종근 토마스는 자녀들이 주일미사 참례를 소홀히 할 경우 회초리로 혼을 내고 밥을 굶기는 체벌을 가할 정도로 신앙교육에 엄격했다고 한다.
기도를 통해 말을 배웠다고 말하는 배은하 신부는 “매일 아침과 저녁기도 시간이면 누구도 예외 없이 1시간씩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할 정도로 부모님은 신앙교육에 엄격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조부 때부터 강원도 동해시 쇄운리 교우촌에 모여 대대로 옹기를 구워 팔아 생계를 이어온 배씨 가문에는 이들 4형제 외에도 5촌 당숙인 배종호(사회복지회장)신부와 6촌인 배광하(춘천교구 갈말본당 주임)신부가 성직자의 길을 걷고 있으며 4촌 동생인 배현하(30·안토니오)부제 역시 25일 사제로 서품 된다. 이밖에도 5촌 고모인 배종윤(포항 예수성심시녀회)수녀와 6촌 여동생인 배미애(착한목자수녀회)수녀가 현재 수도생활중이다.
81년 사제서품받던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동생이 사제의 길에 들어서자 맏형 배은하 신부는 “주님의 부름을 받아 사제직에 들어섰으니 불러주신 분의 뜻에 따라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장하면서 막내 동생과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배도하 신부는 “가정 형편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 준 막내 동생에게 감사한다”며 “주님이 바라시는 올바른 사제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원주 〓이주엽 기자】